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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생존권 존중과 청빈

관리자 | 2008.12.15 21:46 | 조회 4688

진교훈 교수의 생명칼럼 (1) 생명체의 생존권 존중과 청빈
2006. 4.16 가톨릭신문

“죽음의 문화, 근원은 낭비·물욕”

모든 생명체는 단순히 인간이 사용하기 위해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고유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동물과 식물과 미생물을 도구나 재료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며, 생명체의 생존권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유대관계

인간은 자연과 공동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하나의 지구촌에서 인간과 인간의 상호관계처럼 협력 관계, 동반자 관계이다.

우리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모든 생명체를 도와주고 가능한 한 어떤 생명체에도 해가 되는 일을 삼가 하여야 한다. 인간은 생명체의 파수꾼으로서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고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상생공존(相生共存), 즉 공생(共生)관계에 있다. 인간 이외의 것도 인간 임의로 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원료나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인간의 책임은 단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위가 자연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없다.

동식물을 학대하는 것은 인간까지도 쉽게 멸시하게 만든다. 동식물을 존중하는 것은 인간을 사랑하는 것처럼 인간성을 성숙시킨다.

인간은 다른 생물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다른 생물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우리의 먹이가 되는 생물이 다 없어지고 만다면, 우리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 우리는 산소 없이 숨을 쉴 수 없다.

이 산소는 다른 식물로부터 나온다. 그러므로 만일 지구에 나무와 풀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

자연 우러러 볼 줄 알아야

모든 생물은 상부상조하도록 되어 있다. 식물은 탄소 없이는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탄소동화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살 수 없다. 식물은 탄소를 동물에서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물은 식물을 필요로 하고 식물은 동물을 필요로 한다.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로 온통 연결되어 있다. 모든 생물은 서로 서로 주고받으면서 더불어 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바다 그리고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후 “이렇게 만드신 모든 것을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창세기 1, 31)고 하신 말씀에서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원천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면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고 생명의 존귀함을 배우며, 우리의 생존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안식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을 우러러 볼 줄 아는 사람은 생명을 사랑하고 감히 자연을 훼손하지 못한다.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께서 창조하시고 모든 피조물이 그의 것임을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체를 보존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생명보전을 위해서도 생명의 터전인 자연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이 다른 생명체의 희생으로 살 수 밖에 없다면, 인간도 다른 생명체를 위해 자기의 불이익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우리는 절제할 줄 아는 ‘살림살이’에서 우리를 살리고 자연을 살리고 생명을 아끼는 법을 실천할 수 있다.

청빈한 삶으로 모범을

이제 우리는 청빈(淸貧)한 삶을 살 줄 알아야 한다. 청빈은 수도자만이 지켜야하는 길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신자라면 누구나 따라 가야하는 길이며, 나와 인류와 온 누리를 구하는 길이며, 생명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길이다.

생명을 죽이는 죽음의 문화의 근원은 청빈을 모르는 낭비와 물욕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우리 천주교 신자 모두는 물욕을 억제할 줄 알아야 하며 낭비를 하지말아야 하며 청빈한 삶을 수행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한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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