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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 사회는? (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21.12.05)

관리자 | 2021.12.02 13:20 | 조회 1050

[시사진단]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우리 사회는? (최진일, 마리아, 생명윤리학자)







우리는 2019년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보면서 낙태죄에 관한 실정법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진정 올바른 결정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은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이는 모든 인간 생명이 동등하다는 가치에 기반을 두지 않을 때 결코 실현될 수 없는 헌법 정신임에도 태아의 생명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너무나 쉽게 저버린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기본권이 생명권이다. 우리가 누리는 다른 기본권은 생명권을 최대한 보장할 때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즉 다른 기본권, 예를 들어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므로 생명권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권에 기초하여 행복추구권이 보장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권은 사회적 평가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은 사회적 평가에 따라 상대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의 시기를 수정된 이후 어느 한 시점으로 정하면, 수정란 이후 성장 속도는 개별적인 차이를 가지므로 생명이 언제부터 시작한 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사라진다. 무엇보다 수정란 이후의 발생과정은 연속선에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시기를 생명의 시기로 정하게 된다는 말 자체가 모순이다. 생명 발생의 연속 선상에서는 앞 단계가 없으면 그다음 단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시기를 수정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법적으로도 타당한 논리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태아의 생명 보호에 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기본권이 충돌할 때, 임부와 태아를 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 선택을 했어야 했다.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만든 낙태죄 조항의 존재와 역할을 더 면밀하게 검토하여, 두 기본권을 균형적으로 바라보면서 문제를 해결할 법리를 고심했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기본권이 충돌할 때 요구되는 사항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에 우선성을 두어 태아의 생명권 자체를 경시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국가의 생명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생명권에 대한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저버리는 행위가 태아에게만 한정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최근 정부는 먹는 낙태약(미프지미소)의 국내 도입과 사용법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식약처가 가교 임상조차 하지 않고 허가를 내려는 일련의 행위는 직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근본적으로 낙태약은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살인 약이다. 이에 대한 찬반 논의 자체는 의미가 없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국가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기본권 의무를 경시한 결과가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두고 봐야겠지만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양심적 거부하는 이들에게도 그들의 생존을 위협할 처사가 횡행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처음부터 국가는 여성과 태아 모두를 보호할 의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면밀하게 고민하고 검토해야 했었고, 그 의무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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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 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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