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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떠났지만 '불치병 윤리논쟁' 남았다

관리자 | 2017.07.31 09:37 | 조회 1515

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7/30/0200000000AKR20170730019400009.HTML?input=1195m



부모 반대하는데 병원·법원이 왜 숨끊나
불치병 실험치료는 가족에 '희망고문'일 수도 

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희소병 아기 찰리 가드 [AP=연합뉴스]
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희소병 아기 찰리 가드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영국의 희소병 아기 찰리 가드는 돌잔치를 못 보고 세상을 떠났으나 그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현재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연명치료 중단을 밀어붙인 병원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단 눈에 띈다.

다른편에서는 부모의 고집만으로 소생 불가능한 아이의 삶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찰리가 떠나면서 지구촌 사회에 남기고 간 난제를 30일 조명했다.


병든 아이의 치료를 두고 부모와 병원, 법원 간의 타협 불가능한 분쟁이 벌어졌을 때 누가 아이의 생명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의 경우 의학적 한계의 범위를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불치병이라는 것, 삶을 다한다는 것은 어느 수준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찰리의 부모 [EPA=연합뉴스]
찰리의 부모 [EPA=연합뉴스]

◇ 떠나보낸 부모는 서러울 수밖에 없다

찰리의 엄마인 코니 예이츠는 찰리가 지난 28일 숨진 후 성명을 통해 부모의 뜻을 거부한 채 의학적 판단만을 따른 병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병원이 우리의 마지막 소원을 거부했다"며 "우리가 겪은 것을 다른 사람들이 또 겪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아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아무런 결정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찰리를 치료를 맡았던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은 그런 비판에 펄쩍 뛰었다.

찰리가 회복 불가능한 뇌 손상을 입은 상태였고, 연명치료는 찰리를 더 고통스럽게 할 뿐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애초 논란이 시작된 것도 이런 견해 차 때문이었다.

병원은 미토콘드리아결핍증후군(MDS)이라는 희소병을 앓는 찰리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후 연명치료 중단을 부모에게 제안했지만, 찰리의 부모가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간의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영국 고등법원에 이어 유럽인권재판소(ECHR)도 '존엄한 죽음이 찰리에게 최선의 이익'이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했지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찰리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논쟁은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부모가 아이를 살리고 싶다는데 병원과 법원이 왜 개입하느냐는 논란이 지구촌 전역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찰리의 부모는 결국 고집을 꺾었다.

기대했던 실험적 치료도 너무 늦었다는 진단이 나오자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아들이 집에서 숨을 거둘 수 있게 해달라고 병원과 법원 측에 마지막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이 요구는 거절됐다.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법원은 찰리를 호스피스 시설로 옮긴 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英 희소병 아기의 부모, 연명치료 포기 발표 [AP=연합뉴스]
英 희소병 아기의 부모, 연명치료 포기 발표 [AP=연합뉴스]

◇찰리 생존 가능성 둘째치고 여론은 '부모마음'

찰리가 호스피스에 옮겨진 직후에 숨을 거두자 병원과 법원의 판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다시 거세게 일었다.

이에 생명윤리학자들은 눈이 번쩍 뜨였다.

찰리의 사례가 아이의 치료를 놓고 부모와 병원이 법적 공방에 나섰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을 지켜본 학자들은 사실 왜곡 때문에 긴장이 고조된 면도 있다고 봤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찰리에 대한 얘기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세계언론들도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편파적인 기사로 일관하면서 진상이 온전하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이 발생할 때 가족과 의료기관의 합의를 중재하기보다 법원에 최종결정을 맡기는 영국의 시스템도 갈등을 키웠다는 관측도 나왔다.

NYT는 찰리 사태를 둘러싼 시선은 요동치고 있지만 아들을 어떻게든 치료하고 싶었던 부모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한결같이 높다고 상황을 전했다.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의 로버트 쯔엉 박사는 "찰리의 부모는 그냥 평범한 부모였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고 싶었을 뿐이다"라며 "찰리의 부모는 이와 같은 비극적 상황의 희생자일 뿐 원인 제공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찰리를 살려라' [AFP=연합뉴스]
'찰리를 살려라' [AFP=연합뉴스]

◇불치병 실험치료는 가족들에게 '희망고문'인가

아직 불치병 환자가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실험치료에 어느 정도까지 의존해야 하는지는 또 다른 논쟁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의 신경과 전문의인 미치오 히라노 교수는 찰리의 사연을 전해 듣고 자신의 개발한 실험적 치료로 찰리의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을 언급했고, 찰리의 부모는 이를 근거로 연명치료 중단을 거부했다.

하지만 치료는 'TK2'라고 불리는 유전자 변형을 앓고 있는 일부 환자들에게만 효과가 있었고, 찰리가 겪는 유전자 변형에 대해서는 적용된 적이 없어 의혹을 키웠다.

결국, 진단을 위해 영국을 찾았던 히라노 교수는 찰리에게 실험적 치료를 적용하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찰리의 부모는 병원이 법원 소송 등으로 시간을 끄는 바람에 찰리가 치료 시기를 놓쳤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는 의사가 환자 가족에게 불확실한 희망을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해석했다.

도미닉 윌킨슨 영국 옥스포드 대학 의료윤리 담당 교수는 "아이를 하늘로 보내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일이 있다"며 "가슴이 찢어지긴 하지만 우리는 더는 손을 쓸 수 없는 시기가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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