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 (6)건전한 출산조절

관리자 | 2012.05.29 10:48 | 조회 3348

[생명의 문화] 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 (6)건전한 출산조절 문화를 위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도전과 희망

맹광호(가톨릭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가정을 '작은 교회'로 보는 가톨릭교회가 가정의 핵심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자녀출산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가정에 대한 교회의 이런 관심은 교회 문헌들에 잘 나타나 있다. 특히 1980년 열린 세계주교대의원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듬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발표한 교황 권고 「가정공동체」는 이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헌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가정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그리고 결혼과 가정에 대한 하느님 계획, 그리고 그리스도인 가정의 참된 역할 등 총 86항에 이르는 권고들이 담긴 이 문헌에서 교황은 "인류의 미래가 전적으로 가정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문헌은 우선, 가톨릭교회가 기본적으로 부부의 출산을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에 협력" 하는 일로 보고 이 일이 "출산을 통해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부부애의 결실이 단지 자녀의 출산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므로"(「가정공동체」 28항), 부부는 양심에 따라 각기 능력에 맞는 수의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교회는 부부들이 자연적 임신 원리에 따라 출산을 조절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그것은 이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법과 진리'를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가톨릭교회가 권장하는 이 자연적 방법에 따라 출산을 조절하는 부부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현실은 가톨릭신자 부부들도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04년 우리 교회의 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를 보면, 인공 피임을 통한 출산조절이 반생명적이라고 생각하는 가톨릭 신자는 35.8%로 일반인의 비율 28.6%보다 다소 높기는 했으나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주기를 이용한 여러 가지 자연적 출산조절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는 가톨릭신자 여성이 14.6%로 오히려 일반 여성의 15.2%보다 낮았다. 이 같은 현실은 부부들의 건전한 자녀출산과 양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교회에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한국 가톨릭교회가 부부들의 건전한 자녀출산을 돕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다. 전국적으로 정부의 가족계획사업이 크게 확대되던 시기인 1973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한국가톨릭병원협회 안에 '한국 행복한 가정운동 연구위원회'를 발족하고 춘천과 목포의 성골롬반병원 및 서울의 성모병원 등 몇 몇 가톨릭 병원들에서 호주 빌링스 박사의 점액관찰법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1975년에는 이 연구위원회를 정식 주교회의 산하 활동단체인 '한국 행복한 가정운동'으로 확대 조직하고 성교육과 점액관찰법 보급 활동 등을 전국 14개 교구와 가톨릭 병원들로 확산하기도 했다. 그리하여 한 때는 매년 부부 수 천 쌍에게 자연적 출산조절 방법을 가르치고, 교구별로 실시하는 혼인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2만 여명의 젊은이들에게 이 방법의 원리와 「가정공동체」 내용을 소개했다.

 이런 한국 가톨릭교회의 활동은 다른 나라에도 잘 알려져 빌링스 박사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 전문가들이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하고 교육 현장을 시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운동은 교회 안팎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크게 위축됐고 지금은 거의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손쉬운 인공적 출산조절 방법을 앞세운 정부의 강력한 인구 억제정책과 소(小)자녀 가정에 대한 지원, 그리고 교회 내 협조 부족 등으로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올바른 성문화와 건전한 자녀출산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많은 사람들에게서 크게 환영받을 희망이 보인다. 그것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으로 다자녀 가정을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녀 모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의학적 위험부담이 없는 자연출산조절 방법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올바른 성과 책임, 그리고 건전한 출산조절 방법 보급을 위한 실천적 교육이다. 다행히 우리 교회는 예비부부들에 대한 혼인 준비교육이 제도화돼 있고 틴스타와 같이 교회 정신에 바탕을 둔 청소년 성교육 프로그램이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이런 교육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조직화 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나라 부부들의 자녀출산조절 문화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

 

[기사원문 보기]

[평화신문  2011.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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