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4) 낙태는 출산조절 방

관리자 | 2012.03.15 11:36 | 조회 3383

 [생명의 문화]출산조절과 관련한 의학적·사회적·윤리적 문제(4)

 

낙태는 출산조절 방법이 아니다

 

평화신문 [1130호][2011.08.21]

 
 
맹광호 교수(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의 잘못된 성 행동을 두고 사람들은 이를 종종 '불장난'이라고 부른다. 불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장난'을 해서는 위험하듯, 임신을 원치 않는 상태에서 성을 단순한 쾌락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은 그 만큼 위험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적인 성생활이 허용된 부부사이에서는 물론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남녀들 사이에서도 성이 쾌락의 도구로만 사용되는 일이 흔하고 이로 인해 결코 적잖은 임신이 발생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 경우 부부들 가운데 약 절반 정도가, 그리고 미혼남녀들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낙태를 하는 것으로 돼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낙태되는 아이들은 공식 통계만으로도 매년 출생하는 아이 수와 맞먹는 연간 약 40만 건에 이른다. 그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출산이 낙태를 통해 억제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인구 억제정책을 강화했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인구 학자들은 낙태가 우리나라 출산력 저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낙태를 자녀출산조절 방법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이를 출산력 저하에 이용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은 가족계획사업을 한참 추진하는 과정에 있던 1973년에 서둘러 사실상 낙태를 허용하는 모자보건법을 제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계산상, 이 시기에 낙태가 합계출산율 저하에 미친 효과는 전체적으로 20%를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특히 35~39살 연령층 여성들에게서는 무려 70% 수준이나 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당시 낙태를 경험한 기혼여성들의 75%가 낙태이유를 '터울조절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을 보면 많은 기혼여성들이 낙태를 사실상 터울조절에 이용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낙태를 하는 것이 모자보건법에도 어긋나는 불법적인 일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이처럼 터울조절을 목적으로 불법낙태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기혼여성들 조차도 임신에 대한 책임감이나 피임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태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일이다.

 2006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출산력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임신의 43.5%가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임신이었고 56.5%는 피임에 실패해서 임신을 한 경우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성과 임신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책임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갖는 부부나 미혼남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낙태 빈도를 증가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이런 잘못된 현실을 개선해 보려는 노력 없이 아예 임신 초기에 낙태를 유도하는 '조기 낙태약'을 소위 '사후피임약'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피임약인 것처럼 사용하는 일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후피임약은 여성의 배란을 억제해서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것을 막는 일반피임약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배란을 억제하는 일반 피임약은 배란 전 21일 간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

 이에 반해 사후피임약은 남성과의 성관계 후 72시간 안에 복용하는 것으로 이 기간에 배란이 되어 수정된 경우 이 수정난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약이다. 약 복용 시한을 72시간으로 정한 것도 바로 이 기간이 남자의 정자가 여성의 생식기관 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소위 사후피임약은 이 기간에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되었을 때 이를 조기에 낙태시키자는 것이다.

 더구나 이 사후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10∼30배 더 높아 이로 인한 건강상 피해도 적지 않다. 그래서 이 약은 원래 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거쳐 구입하도록 돼 있는데 최근 일부 여성단체와 약사회가 아예 이 약을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하도록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잘못된 성문화를 고치기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인정하고 차라리 쉽게 낙태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이런 사후피임약의 자유판매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성문란을 조장하고 건강을 크게 해칠 뿐 아니라 결국 낙태를 피임으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생명경시 풍조를 고착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낙태는 결코 임신을 피하는 피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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