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생명의 길 향한 6개 다리

관리자 | 2008.12.15 23:36 | 조회 1551

▲ 김명수 신부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생명의 길 향한 6개 다리"

'여섯 가지 근본원리' 윤리적 혼란 바로잡아

모든 학문은 그 학문만의 고유한 원리들을 지니고 있다. 생명윤리도 하나의 학문으로서 전체를 지탱하는 원리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순수 이론적 학문과 실천적 학문이다. 윤리의 한 분야인 생명윤리는 실천적 학문에 속한다. 즉 이론에 행동이 뒤따르는 학문인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는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 발전을 인간에게 이롭게 이끌어줄 윤리적 원리들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윤리적 혼란 속에서 우리의 행동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생명윤리의 근본 원리들을 알아보겠다.

 ▲제1원리: 인간생명의 절대적 가치와 불가침성
 무엇보다도 인간 생명은 유기적 과정이며, 그 자체로 가치 있는 한 인격체의 생명이다. 이 생명은 다른 이의 도구가 아니며, 고유한 존엄성과 권리를 갖는다. 인간생명은 불가침성과 절대적 가치를 갖는다.

 ▲제2원리: 생명, 자유, 진리의 불가분의 결합
 생명, 자유, 진리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선(善)으로서, 한 사슬에 연결된 세 개의 고리와 같다. 만일 하나가 분리되면 사슬 자체가 파괴된다.
 생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않는 이는 진리 안에 있지 못하며, 진리와 결합돼 있지 않으면 온전한 자유도 없다. 객관적 진리로부터 자유를 분리하는 것은, 이성이라는 튼튼한 기초에서 오는 참된 권리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개인이나 조직의 독단주의와 전체주의가 싹틀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 준다. 나자렛 예수님의 말씀이 그 예가 된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

 ▲제3원리: 조작을 위한 것이 아닌, 치료를 위한 앎
 의학과 과학기술 발달의 일차적이고 본질적인 목적은 생명 보호다. 지식은 사람을 조작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자연적 성장을 돕는 모든 의료행위는 정당하고(자연에 따른 의료행위, 예: 의약제, 외과수술) △인간의 자연적 성장에 반대되는 모든 의료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며(자연을 거스른 의료행위 예: 낙태, 안락사) △인간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인간 발달을 돕는 자연적인 방법이 아닌 모든 의료행위는 정당하지 못하다(비자연적 의료행위 예: 인공수정).

 ▲제4원리: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것이 윤리적으로도 정당한 것은 아니다
 과학 실험의 자유와 인간 존엄성은 함께 가는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은 인간에게 봉사하는 것이며, 인간을 조작ㆍ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제5원리: 국가법은 인간의 선을 보호해야 한다
 인간의 선(善)을 보호하고, 약자와 무고한 사람을 불의한 침해로부터 지키는 것이 국가법의 본래 목적이다. 이 중요한 선(생명은 제1의 선이다)을 어떤 식으로든 침해하는 시민법은 - 그것이 투표에 의해 통과되었다 해도 -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모든 이에게 유효한 진리와 공통 가치에 대한 목소리가 약해질 것이며, 그 때에는 모든 것이 합의와 교섭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는 합법성을 가질 수는 있어도, 반드시 도덕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제6원리: 이중결과의 원리
 생명윤리에서 자주 언급되는 원리로 잘 알려져 있고 중요하다. 자발적인 어떤 행위는 행위자가 직접 의도한 결과를 갖는다. 그런데 동시에 목적으로든 수단으로든, 행위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는 간접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즉, 간접 결과가 직접 의도한 결과에 불가피하게 결합돼 수용해야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예로, 어떤 백혈병 환자가 항암치료를 받을 때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때 그가 의도한 직접 결과는 암의 치료이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 그러나 피할 수 없는 - 간접 결과인 것이다.
 
 이 모든 원리들이 지켜져야만 오늘날 과학 발전이 인간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 것이다. 규칙은 때로는 지키기 힘들지만 규칙이 있어야 사회가 지탱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신문] 2008. 10. 05 제9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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