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생명문화-세 가지 차원의 생명 "

관리자 | 2008.12.15 23:35 | 조회 1452

글: 이재돈 신부 - 가톨릭대학교 생명과학원 교수

"생명문화-세 가지 차원의 생명 "

인간 생명은 너무나 복잡한 현상을 지니고 있기에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생명이 삼차원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가르친다. 이 세 가지 차원의 생명이란 몸생명, 마음생명, 영혼생명을 말한다. 세 가지 생명은 한 인간 안에 공존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인간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인간이 살고 있는 세 가지 차원의 생명에 대해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 번째 생명은 몸생명이다.
 재의 수요일 전례에서 우리는 "인간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을 묵상한다. 이 귀절은 몸생명의 우주론적 근원을 잘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창세기에 의하면 하느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빚고 거기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셨다고 하는데 그것이 인간의 몸생명이다. 몸생명은 가깝게는 부모로부터 온 것이지만 멀게는 우주로부터 온 것이다.
 실제로 현대과학은 우주와 지구가 어떠한 진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몸생명을 만들어 왔는지를 실증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이런 사실은 우리 몸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우리의 몸생명은 유전적 암호(genetic code)를 통해 자연계와 연결해 있다.
 두 번째 생명은 마음생명이다.
 인간은 마음(감정, 감성, 지성, 그리고 의지의 총체)을 지닌 존재이며, 이로써 동물과 다른 존재가 된다. 인간 마음은 내면과 외면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 마음의 내면은 심리를 형성하고, 외면은 사회를 형성한다.
 인간 마음은 우선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또 학교 교육과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형성해 간다. 우리는 이 마음을 이용해 이웃과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나름대로의 문화를 창조해 나간다. 우리는 우리 마음 안에 새겨져 있는 문화적 암호(cultural code)를 통해 인류공동체와 연결돼 있다.
 세 번째 생명은 영혼생명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영적 존재다. 영혼생명의 존재는 인간 안에 깃든 영원한 가치에 대한 갈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의 저 깊은 곳에는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표현대로 하느님께 대한 갈망이 있기에 하느님께로 되돌아가기 전에는 영원한 평화를 찾을 수 없다. 인간은 영적 암호(spiritual code)로 하느님과 연관돼 있다.
 몸생명과 마음생명, 영혼생명은 서로 유기적 관련이 있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이 건강해지기 쉽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올림픽의 표어가 그것을 잘 드러내 준다. 마음에 병이 들면 몸에도 병이 들기 쉽다.
 그리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 건강과 몸 건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세 가지 생명 모두를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안에 새겨져 있는 세 가지 생명을 보전하려면 각 생명이 지닌 의미와 구조에 대해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자연과학은 몸생명을, 인문사회과학은 마음생명을, 그리고 종교는 영혼생명을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교육이 파편화되어 있어서 세 가지 생명을 동시에 전체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없고 영혼생명을 성숙시킬 수 있는 과정이 공교육 과정에 들어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우리 안에 들어와 있는 세 가지 차원의 생명에 대한 통찰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고 방황하게 된다.
 세 가지 차원의 생명에 대한 전체적 이해를 지닐 때, 내 삶의 시작은 원래부터 있는 세 가지 차원의 생명이 나에게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또 내가 살아가는 과정이란 세 가지 차원의 생명의 의미를 깨닫고 그 과제를 실현하는 것이며, 내 삶의 끝이란 그 세 가지 차원의 생명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평화신문] 2008. 08. 24발행 [983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