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2) 통합적 생명운동의 필요성

관리자 | 2008.12.15 23:33 | 조회 1383

▲ 이 재 돈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2) 통합적 생명운동의 필요성 "


인간생명ㆍ사회정의ㆍ환경운동은 개인ㆍ사회ㆍ자연 살리는 생명운동


생명은 개인ㆍ사회ㆍ자연 관통하는 주제
각기 독립적 활동…부분화 한계 노출
생명수호운동 통합적 이해ㆍ협력 절실


오늘날 우리 교회운동의 화두는 단연 생명이다. 낙태, 인간복제 문제 등을 다루는 인간생명 운동은 당연히 생명문제이지만, 사회정의 운동도 생명운동이라고 할 수 있고, 요즘 부각되고 있는 환경운동도 근본적으로는 생명운동이다.

반생명 세력에 맞선 운동

 인간생명 운동이 생명의 개인적 차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사회정의 운동은 생명의 사회적 차원에, 환경운동은 자연 생명에 중점을 둔다.
이 운동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생명적 세력 앞에서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나타났다.
 인간생명 운동은 20세기에 들어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생명을 조작할 수 있게 되자 이에 맞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전개됐다.
 사회정의 운동은 날로 심화하는 빈부 격차와 사회적 불의에 의해 억압당하는 가난하고 소외당하는 약자들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대변하고 있다.
 환경운동은 1980년대 이후 급격한 환경 파괴 앞에서 자연 생명의 의미를 깨닫고 보호하기 위해 적극 활동해왔다.
 이 세 가지 운동은 각자 다른 상황에서 시작했으며 그동안 서로 다른 발전과정을 거쳐 왔다.
 우리나라 교회 상황에서 인간생명 운동은 주교회의 산하 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 생명31 운동 전개,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설치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정의 운동은 주교회의와 각 교구에 정의평화위원회 설치,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운동은 주교회의 산하 환경소위원회의 설치, 여러 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설치, 여러 본당에서 환경 단체인 '하늘 땅 물 벗'을 설립해 환경운동 및 우리농촌살리기 운동을 펼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 이 운동들이 모두 꼭 필요한 운동이기는 하지만 독립적으로 시작되고 추진되는 과정 중에 중요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운동을 부분화시킨다는 점이며, 따라서 생명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갖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생명운동은 인간 생명의 보호에만 치중해 왔고, 사회정의 운동은 사회적인 면에만 치중해 왔다. 그리고 환경운동은 환경보전에만 치중해 왔다.
 이렇게 세 가지 생명운동이 서로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생명운동에 대한 전체적 이해를 갖기가 어려웠다. 생명은 그 본성상 종합적인 현상이기에 부분적으로 접근해서는 그 전부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부분적 생명운동으로는 효과적인 생명운동을 전개하기가 어렵다.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

 따라서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서로 연결 없이 전개되어 온 여러 가지 생명운동이 통합적 전망을 갖고 상호 협력하는 길을 찾는 일이다.
 교회가 인간생명 운동, 사회정의 운동, 그리고 환경운동은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새롭게 제시한 운동의 패러다임이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ustice, Peace, and Integrity of Creation)운동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의 부조리한 경제 상황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있으며, 가난한 사람들이 환경 파괴 첫 번째 희생자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미얀마에서 발생한 사이클론 참사도 환경 파괴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가 해수면 상승을 야기했고 그것이 열대성 고기압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였기에 이번과 같은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세 가지 생명은 공동운명체

 그런 뜻에서 이번 참사는 자연재해이기도 하지만 인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예들은 인간생명 운동, 사회정의 운동, 그리고 환경운동이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가를 잘 보여 준다.
 생명은 개인과 사회, 자연을 관통하는 주제이며, 개인 생명과 사회 생명과 자연 생명은 생명의 연속성과 연대성을 지닌다. 따라서 세 가지 생명은 같이 병이 들든지, 같이 건강하든지, 같이 살든지, 같이 죽든지 하는 공동 운명체다. 개인이 병이 들었는데 사회가 건강할 수 없고, 자연이 죽어 가는데 인간만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생명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생명운동의 통합적 이해와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화신문 2008년6월1일 [9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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