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금지돼야 한다.

관리자 | 2009.03.20 10:06 | 조회 1662
 

"[생명의 문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금지돼야 한다. "


죽음 드리운 장밋빛 희망, 불치병 환자 돕는 '생명 희생'은 허용할 수 없어


▲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지난 2월 차병원의 정형민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제출한 체세포복제배아연구 승인신청이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 일단 보류된 바 있다. 1000개라는 다량의 사용 난자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제시, 난자 제공자들의 재동의 받을 것, '파킨슨병, 뇌졸중, 척수손상, 당뇨병, 심근경색 및 근골격형성 이상을 치료하기 위한 면역적합성 인간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의 확립과 세포치료제 개발'이라는 지나치게 포괄적인 연구제목 수정 등이 보완 요청사항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3년 내에 연구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은 과도한 기대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 연구제목의 수정을 요구했다. 아울러 연구수행과정에서의 윤리적 문제를 투명ㆍ객관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윤리전문가를 포함시킬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미비된 요건만 보완해 재신청하면 승인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배아든 체세포복제배아든 그것이 인간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만능세포로서 초기단계의 인간임에 틀림없다면 배아의 죽음을 야기하는 연구는 살인과 다름없는 범죄행위로 결코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연구의 비도덕성에 아랑곳하지 않고 황우석 사태 이후 연구 허가를 얻고자 총력을 기울이는 과학자들이 여전히 있고 그편에 서서 연구를 독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사이에서는 인간배아를 심지어 실험재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정형민 교수를 비롯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는 어차피 폐기될 난자와 잔여배아를 이용해 연구하는 것에 무슨 잘못이 있는가 하며, 배아연구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왕에 남아있고 폐기될 잔여배아 혹은 애초에 일정 단계를 넘어 성숙한 인간 개체로 발달될 수 없도록 인위적 조작을 통해 만들어낸 배아를 사용한다 해도 도덕적 정당성이 인정될 수는 없다. 처음부터 실험용으로 사용하여 죽게 할 것으로 정해 놓고 조작된 인간배아를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런데 폐기될 운명에 처한 냉동보관된 잔여배아의 입장에서 다른 불임부부의 입양을 통한 생명의 기회조차 주어지 않는다면, 자연사를 원하겠는가, 잔인한 실험대상으로 죽어가는 것을 원하겠는가? 답은 당연히 자연사를 원하지 않겠는가?
 
 이미 태어나 스스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할 수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무방비 상태에 있는 배아의 생존이 달린 연구에 대해 논할 것이 아니라, 배아의 입장에서 우리가 만일 아직 초기 상태에 있는 배아라면 어떠한 대우를 받기를 바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라는 미명 하에 배아의 생명권을 저울질함은 임의적인 불평등한 대우이다. 인간배아의 생명권은 그 존재의 초기 단계에서도 계산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배아의 편에서는 다소간 견딜만한 제한에 관한 일이 아니라, 생존에 관한 일이다. 아무런 방어능력이 없으며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길이 없는 무고한 배아가 실험을 통해 살해되는 것이다.
 
 배아 연구에서는 배아의 생명권과 불확실하지만 연구를 통해 언젠가 먼 훗날 치료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는 불치병이나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이 서로 충돌된다.
 
 불치병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한 연구는 도덕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인위적 조작으로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옳지 않다.
 
 한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은 수정되어 자신만의 유전인자가 확정되는 순간부터 시작해 평생 이어지는 것이다. 인간 생명의 출발 시점에 이미 유전적 개체성이 결정돼 있으며, 한 인간으로서 삶의 여정은 수정 직후부터 바로 시작된다. 배아는 단순한 세포덩어리, 연구재료가 아니라 인간개체로 성장할 수 있는 인간생명체이다. 과거에 수정란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배아는 사물화하여 함부로 실험하고 폐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며, 그 존엄성과 생명권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불치병 환자를 돕기 위해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무고한 인간생명을 희생시키는 악행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
 
 경제논리를 앞세워 배아연구와 체세포복제배아연구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구예상 효과를 과대 포장하여 장밋빛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 배아연구자들 중 제2의 황우석이 또 다시 출연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뿐이다.
 
 생명윤리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배아연구나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를 원천적으로 막을 길도 없는 현실에서 우리가 하루바삐 추진해야 할 일은 잘못된 생명윤리법의 개정 작업일 것이다.
 
[평화방송]   2009. 03. 22  10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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