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참소중한 당신] 생명 운동, 어떻게 해야 하나?

관리자 | 2009.03.18 13:27 | 조회 1579

생명 운동, 어떻게 해야 하나?

 

[참소중한 당신] 2009년 3월호

박정우 후고 신부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1960-70년대 가톨릭교회의 생명운동의 핵심은 낙태 반대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한 인간 생명 존엄성의 위기가 이슈로 떠올랐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인간 배아 복제, 체외 수정 등 생명 과학과 의학의 발달은 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인간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이 범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도록 유혹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생명의 선물(1987)1항).

여기에 상업주의와 물질중심적인 사고가 만연하면서 난자 매매와 배아 복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 생명은 그 자체의 신비함과 존엄성을 지닌 최상의 가치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었다. 특히 배아, 태아, 말기환자, 장애인 같은 약자의 생명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잣대와 힘 있는 사람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조작되고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높은 자살률, 다른 나라보다 높은 낙태율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 그리고 인간 배아복제연구 등으로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생명 경시풍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995년에 발표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요한바오로 2세는 현대 세계의 생명에 대한 위협의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우리 모두 진리와 사랑, 정의와 연대성을 바탕으로 하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신앙인들은 생명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잘 배우고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자들 중에는 낙태가 하느님 법에 어긋난다는 것은 잘 알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가진 이들이 많다. 인공피임이나 인공수정(시험관 아기)도 교회가 금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인간 생명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배아, 태아와 같은 초기 단계의 인간 생명도 인간 존엄성을 지닌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받아들이고,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올바른 윤리적 판단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둘째로, 우리는 “자신과 타인들 안에 관상적인 시각”을 기르고 “깊은 종교적 경외심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아야”한다 (<생명의 복음>83항).

즉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으로 생명을 바라보고, 고통 받고 죽음의 위협에 있는 이들을 존중하고 위로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기도 안에서, 교회의 전례 안에서 생명의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물질중심의 가치관을 거부하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내면화 하는 것도 중요한 생명 운동이다.

 

셋째로, 우리는 일상 삶 안에서 타인의 생명을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누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윤리적으로 합당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장기기증”과 “모든 훌륭한 어머니가 보여주는 소리 없는, 그러나 큰 힘을 지닌’ 헌신과 사랑이 영웅적인 행동”이라며 칭송하였다(<생명의 복음> 86항). 반생명 문화가 약자의 생명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것이라면 생명 문화는 일상 안에서 약자를 위해 희생하고 소중한 자신의 것을 나눔으로써 그 생명을 키워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로 생명을 위한 직접적인 사랑의 봉사이다. “배고픈 사람, 목마른 사람, 이방인, 헐벗은 사람, 병든 사람, 감옥에 갇힌 사람과 태중의 아기와, 고통 받거나 임종이 가까운 노인들을 도와줌으로써” 가난하고 작은이들을 당신과 동일시했던 예수님께 봉사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특히 새로운 생명을 낳아 기르는데 도움이 절실한 미혼모를 긴밀하게 도와주어야 한다(<생명의 복음> 87항).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겪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여기에 이끌어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단체들, 즉 자연출산조절을 위한 센터, 혼인과 가정문제 상담기관들, 미혼모를 돕는 기관들의 활동은 “사랑과 생명의 의미를 회복”하고 새로 태어나는 생명을 잘 받아들이기 위한 도움을 도와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약물중독자, 에이즈환자, 장애인 등 곤경이나 병으로 생명이 도전 받는 경우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생명의 복음> 88항).

 

다섯째로 사회 정치적인 측면의 생명 운동이다. 신자들은 낙태와 안락사 등 생명을 위협하는 정책이나 법안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또한 유권자로서 반생명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국회의원이나 정치가, 관료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 인터넷 등을 통해서 항의하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입법 활동에 반영하도록 촉구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고 사랑과 헌신을 바탕으로 약한 생명, 위협받는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생명 운동은 신앙 실천의 핵심 요소이다. 오늘날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은 바로 배아, 태아, 말기 환자, 장애인 등과 같이 자신을 방어할 힘이 없는 약한 생명이기 때문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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