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과학자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문화 창달

관리자 | 2009.01.15 16:49 | 조회 1863

"[생명의 문화] 과학자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문화 창달 "


과학자들 '생명' 밟지 말게


▲ 구인회(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연구에 기여한 바 없는 이들이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데이터의 조작과 연구비 남용 등 예상 가능한 연구부정 행위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던 황우석 사태 후 그 여파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
 
 과학계의 논문 조작사건은 밝혀지기가 매우 힘들다. 연구에 관여한 내부자가 고발하거나 부정행위를 한 당사자가 양심선언을 하기 전까지는 보통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연구부정은 학문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양식에 달린 문제이다. 조작 사실이 밝혀진 경우는 대부분 연구를 함께 한 동료나 전직 연구원의 폭로를 통해 알려진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계획한 연구가 미칠 수 있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제대로 검토할 겨를도 없이 연구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타낸 연구비로 연구를 해 업적을 내고, 그 업적을 발판으로 다시금 연구비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점이 개선되기 전에는 연구부정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에 대한 책임규명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이 분화된 현대의 제도 아래에서 개인은 대체가능하며, 개인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돼 있다. 그러므로 위험은 개인에 달려있기 보다는 제도 자체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는 과학과 기술윤리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윤리의 문제로 확산된다.
 
 과학연구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정당화의 의무가 있다. 학자의 자유는 내적 책임과 외적 책임이라는 이중의 책임을 의미한다. 내적 책임은 자신이 탐구하는 것의 실태를 인식함에 있다. 과학자의 지식은 여론을 형성하는 토론의 광장에서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의 연구와 발언은 사회적 영향력을 갖는다.
 
 따라서 그러한 행동에 대해 책임이 있다. 사회전반에 끼치는 과학자의 영향은 대부분의 다른 직업인들 영향보다 커 과학자에게는 특수한 책임이 있다. 과학자는 일반 시민들이 접하기 힘든 정보를 접하며 더 광범위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이 있다. 어떤 분야에 대해 특수한 권위나 지식이 있는 사람은 그 분야에 대해 특수한 책임을 져야한다.
 
 과학은 사회를 변화시키며, 사회는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과학에서 요구하게 될 것이다. 연구자에게는 연구의 대상과 방법의 올바른 선택을 비롯해 투명한 연구결과 보고의 책임 등 다양한 의무가 있다. 연구방법의 선택은 대부분 과학적 기준에 의해 이뤄지지만, 연구대상의 선택에는 순수한 학문적 문제만이 아니라 도의적 경제적 측면도 어떤 역할을 한다.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의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과학연구의 전개 가능성은 흔히 예측 불가능하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과학적, 사회적, 정치적 책임을 경감해주지 않는다.
 
 과학 지식은 공공생활과 개인생활에서 그 역할이 크다. 현대인의 과학에 대한 믿음은 마치 종교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규범적 능력이 증대됨으로 인해 과학의 중립성은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과학자의 책임은 물질적 결과에만 한정시켜서는 안 되며 정신적 영향도 포함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은 행위의 가능성을 엄청나게 확대했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어떠한 모험에 발을 내딛고 있는가를 신중히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생명과학연구는 생명의 존엄과 생명문화 창달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학의 발전은 인간이 조절한다. 과학은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부분이다. 사회적 행위로서의 과학은 가치와 무관할 수 없다. 과학은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며,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광범위한 연구분야에서 과학은 사회와 생물의 생활조건을 실험장으로 이용하며, 생명과학의 경우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연구에서 발생될 수 있는 위험은 실험실이나 실험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론과 실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이 획득되지만, 어떤 경우 연구는 사회의 위험이 된다.
 
 오늘날 과학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분야이기에 개인이 아니라,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주도하며 재계나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다.
 
 이러한 재정지원의 결정은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에 과학정책의 신중성이 요청된다. 일정한 연구에만 공적 자금이나 인력을 전폭 지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타 분야 연구를 위축시킬 수 있다.
 
 오늘날 과학연구의 사회적 작용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사회의 이념과 요청이 과학자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기에 우리는 범사회적 공동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평화신문] 2009. 01. 11발행 [1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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