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생명문화의 미래

관리자 | 2008.12.15 23:38 | 조회 1669

▲ 김 명 수 신부(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생명의 문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생명문화의 미래 "


오바마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관심의 중심이 됐다. 모든 이들이 그가 앞으로 미국과 세계의 경제 침체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예측하기 바쁘다.

 한국에서도 많은 이가 그의 당선에 기뻐하고 있다. 백인 중심의 기득권을 허물고 유색인종에게 새로운 시기가 열린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 또한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그가 시끄러웠던 전쟁들을 마무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편에 서서 일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신자들이 보지 못하는 오바마의 사각지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그의 생명 정책들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는 11일 당선인이 정권을 잡는 순간 가장먼저 할 일이 연방정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 금지령을 해제하는 것이며, 낙태를 권장하는 국제 기관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은 부시 대통령이 지금까지 자신의 권한으로 강력하게 막아왔다. 이는 레이건 시대에 '멕시코 정책' 이 나와 낙태를 권장하는 국제 기관에 미국정부의 지원을 허락하지 않았다가, 그에 반대되는 정책을 편 클린턴 정부 시절을 거쳐 부시 정권이 다시 받아들인 정책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됐다. 이 연구가 비윤리적인 것은 인간 생명이 죽어가야만 가능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과학 발달 수준은 굳이 배아를 사용하지 않아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는 상황까지 와 있으나 오바마는 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만약 '멕시코 정책'이 뒤집어지면 더 많은 나라에서 낙태가 쉽게 이뤄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인간 생명이 배아와 태아 상태에서 죽어가게 된다.

 케냐의 가톨릭의사회 회장 스테판 카란자(Stephen Karanja) 박사는 오바마 당선에 대한 우려를 한 언론에서 이렇게 밝혔다. "케냐에서 우리는 오바마가 반생명적이며 반가정적임을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그들의 아기들을 죽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에게까지 그것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생명을 사랑하며 낙태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입니다."

 오바마가 이렇게 나오는 것은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상원의원 중 가장 지속적으로 낙태를 옹호해온 인물이다. 민주당은 1989년부터 지속적으로 'FOCA' (Freedom of Choice Act, 선택(낙태)자유법안)라는 법안을 하원과 상원에 제출하고 통과시키려고 노력해왔다. 그 법안은 'Planned Parenthood'(가족계획)라는 거대한 로비 집단의 도움으로 선거에 당선된 의원이 만든 것이며 오바마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오바마는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한번도 빠지지않고 이 법안에 찬성했다. 이 법안은 낙태에 대한 모든 법적 장애물을 없애 여성에게 완전한 선택의 자유를 주자는 것이 쟁점이다. 지금까지는 이 법안이 하원과 상원에서 모두 통과됐더라도 부시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끝까지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이 하원과 상원에 모두 다수를 이루고 있기에 111차 의회가 이 안건을 다시 받아들인다면, 빠르면 2009년 초반에는 오바마의 승인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형태의 낙태가 허용될 것이다. 클린턴 시절에 약 5000건씩 매년 이뤄졌던 그 끔찍한 부분 출산 낙태 (Birth Abortion)가 다시 허용될 것이다. 그 낙태법은 아이가 태어날 때, 머리만 엄마 뱃속에서 나왔을 때 아기의 목을 자르는 형식이다. 낙태옹호자들은 아기의 몸이 아직 엄마 뱃속에 있기에 살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미국시민 다수가 그의 생명정책에 대해 동의해서가 아니다. 미국 국민 중 8%만 모든 형태의 낙태는 허용돼야한다고 생각하고 60% 이상이 낙태는 성폭행, 근친상간 또는 엄마의 생명에 대한 진정한 위협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오바마의 당선은 생명 분야에서도 미국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 파장이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경제, 교육, 의료 정책들을 통해 사회에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생명 정책에서 그들은 가장 작고 약한 시민들을 외면했다. 오바마를 당선할 수 있게 밀어준 낙태와 피임 산업자들 편을 들기 위해서였다.

 여성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권리가 다른 이의 생명, 그것도 자신의 자녀의 생명에 대한 권리까지 앗아가면서 행사해야 하는가는 오바마뿐만 아니라 모든 이가 숙고해야 할 일이다.

[평화신문] 2008. 11. 30 [9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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