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8.“너무 늦으면 안된다니 무슨 말일까?”

관리자 | 2009.08.07 11:05 | 조회 1478

[배아일기] 8.“너무 늦으면 안된다니 무슨 말일까?”

 

“축하드립니다. 임신이십니다. 5주입니다.”

흰 옷 입은 아줌마가 엄마에게 말했다. ‘어 아줌마 능력도 좋네. 내가 이곳에 있다는 것 어떻게 알았지? 엄마. 조금만 기다려요. 날 볼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엄마가 이제야 나의 존재를 알게 된 사실이 뛸듯이 기뻤다.

흰 옷 입은 아줌마가 계속 말했다. “앞으로 소변검사, 혈압측정, 체중 측정 등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임신 7개월까지는 1개월에 1회, 임신 8~9개월에는 2주일에 1회, 임신 10개월에 접어들면 1주일에 1회씩 받아야합니다. 별도로 빈혈검사, 매독혈청검사, ABO혈액형과 Rh인자 검사, B형 간염검사, 풍진검사 등도 받으셔야 합니다.”

어라. 그런데 엄마 표정이 이상하다. 전혀 기뻐하는 표정이 아니다. ‘설마 했는데, 임신이었구나…’ 엄마는 오늘 아침 구토를 한 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된 모양이다.

엄마가 흰 옷 입은 아줌마에게 말했다. 목소리는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였다. “이 아이 아빠가 돌아가신지 채 한 달도 안되는데…” 엄마가 흰 옷입은 아줌마에게 말했다. 흰 옷 입은 아줌마가 엄마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너무 늦으면 안됩니다. 잘 결정해서 말해주세요.”

‘엄마, 저 아줌마가 이야기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한참동안 땅만 바라보고 계셨다. “여보, 난 어떻게 살아. 왜 날 버리고 갔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해….” 엄마가 한참을 울었다.

우광호 기자  ( woo@catimes.kr ) 
 
[가톨릭신문] 200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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