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7.“4주째, 팔 다리 눈 귀 생기기 시작”

관리자 | 2009.08.07 11:03 | 조회 1485

[배아일기] 7.“4주째, 팔 다리 눈 귀 생기기 시작”


내가 태어난지 4주.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혹시…’ 월경을 하지 않는 것이 의심스러우신 모양이다.

“하하하~. 엄마. 나 때문 이예요. 나 때문이라니까요.”

엄마가 요즘 조금은 기력을 회복하셨다. 아빠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식사도 하지 않으시더니 이제는 요리도 하시고, 가끔은 텔레비전을 보다가 웃기도 하신다.

내가 유명세를 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날 보기를 원하는 모양인데(이 정도 가지고 나를 공주병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겠지…) 조금 망설여 진다.

사실 난 아직 볼품이 없다. 이제서야 머리와 몸이 구분되기 시작했다. 등뼈와 근육, 팔, 다리와 눈, 귀도 이제 막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랑할게 있다. 키다. 처음 태어났을 때(수정란)의 일만배 정도인 7mm로 성장했다. 이렇게 컸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생명이라고 하지 않는다. 황 아저씨가 내 동료들을 수없이 죽이는 실험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찬성했다는 것은 나를 생명이 아닌 실험실의 도구로 생각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나는 엄마로부터 영양분을 먹고 자라는 엄연한 생명이다.

내 주위에는 털실 같은 부드러운 섬모로 된 친구들이 있는데, 엄마는 이 조직을 통해 살아갈 양분을 나에게 주신다. 줄기세포들이 가르쳐 준 바에 의하면 이 친구들이 나중에는 태반이 된단다.

엄마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심하게 입덧을 하셨다. 엄마가 놀라 거울을 쳐다 보신다. 심장이 빨리 뛰신다.‘엄마 심장소리는 언제 들어도 행복해요. 엄마 빨리 보고 싶어요.’

우광호 기자 ( woo@catimes.kr )
 
[가톨릭신문]  200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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