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6.“얼짱 몸짱 다 못생긴 내 모습 거쳐가”

관리자 | 2009.07.14 13:09 | 조회 1645

[배아일기] 6.“얼짱 몸짱 다 못생긴 내 모습 거쳐가”


아빠의 씨앗이 엄마의 땅에 떨어진지 3주. 내 키는 벌써 0.2cm가 됐다. 체중은 약 1g 미만. 외모는 4개의 아가미에 긴 꼬리가 달려있는, 물고기 모습이다.

못생겼다고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얼짱 몸짱이라는 사람들도 지금 내 모습을 거쳐서 세상에 태어난 것 아닌가. 얼마 전 내 안에 있는 줄기세포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배아 아가야 조금만 기다리면 너도 곧 엄마 아빠를 꼭 빼어 닮은 예쁜 모습이 될거야.’ 줄기세포들의 말을 믿기로 했다. 이젠 외모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말아야지. 게다가 엄마가 날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해 줄 텐데 뭐가 걱정이람.

그런데 요즈음 고민이 하나 생겼다. 엄마가 며칠째 울기만 하신다.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부터는 거의 식사도 하지 않는다. 자연히 나도 불편하다. 늘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엄마의 심한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진다. 아~ 불쌍한 우리 엄마.

“엄마 힘들어 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힘내세요. 엄마가 힘들어 하면 나도 힘들어요. 또 식사는 꼭 하세요. 한 끼라도 거르시면 안돼요. 내가 클 수 없어요. 전 특히 생선과 고기, 우유 등 균형 있는 식단을 좋아해요. 담배, 술, 염분(소금), 인스턴트 식품, 탄산음료는 싫어요. 그리고 또… 흰쌀밥 보다는 잡곡밥이 더 좋아요. 엄마 힘들어도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상에 나가면 제가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릴께요.”

눈물 흘리시던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 하신다. 그리고 내가 있는 방을 한참동안 내려다 보셨다.
우광호 기자    ( kwangho@catholic.or.kr )
 
 
[가톨릭신문]   200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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