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5.“태어난지 7일…유전형질 결정”

관리자 | 2009.07.14 13:05 | 조회 1369

[배아일기] 5.“태어난지 7일…유전형질 결정”

 
 

야호. 신난다. 내가 태어난지 7일째인 오늘, 드디어 집(자궁)에 도착했다. 감격. 감격.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앞으로 10개월 동안 살아갈 곳이니 꼼꼼히 점검해 봐야지.

 

오호~. 넓은데~. 달걀 크기 만한 공간이지만, 아직 2mm도 되지 않는 나에게는 운동장도 이런 운동장이 없다. 냉난방 시설 완벽한 것도 마음에 든다. 당분간 추위와 더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원룸이라는 것. 원룸이면 어때. 집이라는 것이 원래 입구와 출구만 있으며 되는 것 아냐? 엄마 고마워요 이런 예쁜 방을 마련해 줘서.

 

아참.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곳이 또 있다. 이곳까지 오는 데 나팔관의 도움이 컸다. 나팔관은 자신의 부드러운 주름으로 날 조심스럽게 그리고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이곳까지 안내했다. 나팔관을 거치면서 난 거듭 놀랐다.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크고 있다. 이미 성별, 키, 피부색, 머리카락 모양 등 대부분의 유전형질이 결정된 상태. 이제 2주가 더 지나면 심장이 뛰게 될 것이다. 뇌와 척추 및 신경계통의 기반도 만들어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안에 있는 줄기세포들의 노력 덕분이다. 감사, 감사, 감사. 세상에는 감사할 일 밖에 없다.

 

잠깐! 엄마가 울고 계신다. 다른 사람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아~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단다.

< 우광호 기자 >
 
[가톨릭신문]  200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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