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4.“황금알 얻으려 거위 배 가르는 사람들

관리자 | 2009.07.09 09:31 | 조회 1511

[배아일기] 4.“황금알 얻으려 거위 배 가르는 사람들”


“도대체 너의 정확한 정체가 뭐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배반포기, 줄기세포, 체세포… 어려운 말들이 줄줄 나오다 보니 날 잘 모를 수 밖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동안 고민하는 중…) 그래!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다. 아빠의 씨앗(정자)이 엄마의 땅(난자)에 떨어지면 새싹(수정란)이 돋아난다. 일반적으로 새싹이 돋아난 그 후부터 8주까지의 새싹이 바로 나다.

처음 돋아난 새싹(수정란)은 하루가 지나면 2개로(2세포기), 이틀이 지나면 4개(4세포기), 3일이 지나면 8개(8세포기)로 나뉜다. 이렇게 기하급수적으로 분열되는 나는 6~7일정도가 지나면 100~200여개의 세포로 구성된 제법 큰 새싹(배반포기배아)이 된다. 이후 나는 자궁에 자리를 잡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될 그 날을 기다리게 된다.

벌써 내 안에서는 간, 심장, 뼈, 근육 등으로 자랄 줄기세포들이 각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를 갈기갈기 찢어 그 줄기세포를 뺏어가려 한다. 문제는 그 줄기세포들은 내 안에서만 활동하지, 나를 떠나면 대부분 죽게 된다는 점이다. 설사 어렵게 살아남는다 해도 대부분 기형이 되거나 암 세포가 된다. 황 아저씨는 수많은 내 동료들을 죽였지만,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엄마는 얼마 전 하루에 한 개씩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관한 동화를 들려주셨다. 세상 사람들은 지금도 한꺼번에 많은 황금을 얻기 위해 거위(생명)의 배를 가르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난 지금도 매일 밤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마취도 하지 않은 채 갈기갈기 몸이 해체되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우광호 기자
( kwangho@catholic.or.kr )
 
[가톨릭신문]     200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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