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3."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얘기, 지겨워

관리자 | 2009.07.09 09:30 | 조회 1395

[배아일기] 3."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얘기, 지겨워”


엄마가 무척 더워하셨다. 내가 있는 곳까지 그 열기가 느껴졌다. “지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 조금 덥더라도 참아.” 엄마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하셨다. 엄마는 태교에 신경을 쓰는 편이어서 나와 늘 대화 하려고 애쓰신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난 이미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오전 10시30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이라는 곳이었다. 300여명이 넘는 기자 아저씨 아줌마들로 회의장은 발디딜틈 없이 붐볐다. 게다가 난방 시설까지 빵빵하다 보니 당연히 더울 수 밖에…. 잠시 후, 회의장이 크게 술렁였다.

황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기자 아저씨 아줌마들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거짓말이 아니다’ ‘누구누구가 거짓말을 했다’ ‘바꿔치기를 했다’ ‘우리가 세계 최고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와 동료들의 생명권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세상 사람들에겐 아직도 ‘나를 죽일 수 있는’ 원천기술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가 가장 중요한가 보다. 나는 살고 싶다. 엄마에게 외쳤다. “엄마. 배아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는 저런 이야기, 이젠 지겨워요.” 엄마가 내 이야기를 들었을까. 한참동안 당신의 배를 쓰다듬으셨다.
우광호 기자
( kwangho@catholic.or.kr )
 
 
[가톨릭신문]   200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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