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1. “유명인사라고? 반갑지않아!”

관리자 | 2009.07.06 11:00 | 조회 1330

[배아일기] 1. “유명인사라고? 반갑지않아!”

 

배아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거짓말’ 이후에도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배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수많은 배아가 지금도 전세계 실험실에서 무참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직’ 생명만을 생각하는 가톨릭신문은 2006년을 열면서 ‘배아 일기’를 연재합니다. 성장해 가는 배아의 눈을 통해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가치를 묵상해 봅니다.

 

 

나는 유명인사다. 1년 전만해도 나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젠 웬만한 사람이라면 나에 대해서 다 알 정도가 됐다.

 

유명인사가 된 기분이 어떻냐고? 그런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굉장히 나쁘다. 내가 이렇게 유명인이 된 것은 수많은 동료들이 생명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은 대가가 아닌가.

사람들은 나를 탐낸다. 나를 죽여서 살려고 한다. 마치 토끼의 간을 먹으면 건강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용왕을 닮았다. 그나마 토끼는 동물이지만 난 인간이다.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선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하련다. 난 운이 좋다. 아니 적어도 지금까지는 운이 좋다. 지금 있는 곳은 차가운 실험실이 아니라, 엄마의 뱃속이니 말이다. 하느님은 엄마와 아빠를 통해 나를 세상에 존재하게 하셨다. 엄마는 아직 나의 존재를 모른다. 아빠와 엄마가 사랑한지 이제 두 달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엄마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엄마와 사랑으로 소통할 그 날이 기다려진다.

< 우광호 기자 >

[가톨릭신문]   200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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