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인간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연구 허용할 것인가? - 연

관리자 | 2009.05.08 09:55 | 조회 1670
 

"[생명의 문화]인간체세포 복제배아줄기세포연구 허용할 것인가?

- 연구용 난자 사용의 문제점과 생명윤리 "


▲ 우재명 신부(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최근 차병원이 정부에 제출한 인간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계획이 승인받았다.
 
 당초 차병원은 보관 중인 폐기예정 난자 1000개를 인간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승인을 요청했으나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사용 난자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연구제목을 수정하며,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승인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러한 지적사항만 수정, 보완하면 차병원의 연구요청이 승인될 것으로 보도하는가 하면, 미국 오바마정권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 사실을 주지시키면서 우리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승인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차병원 연구계획은 승인됐다.
 
 사실 요즈음 우리의 사회의식 안에서는 국가 경쟁력, 경제적 이득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반면, 생명존엄과 가치 같은 기본적이며 양보될 수 없는 가치들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불과 수년전 황우석 박사의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커다란 사회 이슈로 부상했을 때도, 배아연구가 생명윤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치료제 개발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윤리적 희생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식의 사회의식이 팽배했었다.
 
 그 후, 황 박사의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가 허구로 드러났으나 윤리적 가치보다 경제적 이득을 우선하는 우리의 사회의식은 하나도 변화되지 않은 듯 하다. 문제는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제공하는 경제적 이득에만 급급한 나머지 연구에 사용되는 난자의 윤리적 지위나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함께 고민해봐야 할 몇 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차병원이 제출한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지만 그것이 윤리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싶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말 그대로 '생명윤리'위원회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모든 심의 근거로 삼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2004년 제정)은 가톨릭교회 입장에서는 동의할 수 없는 많은 반생명적 규정을 내포하고 있다. 배아 자체를 훼손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나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가 일정한 조건을 갖추기만 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서는 많은 난자가 필요하다. 체세포 복제배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세포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식하여 수정란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명체로서의 난자 자체 혹은 그 난자를 제공해야 하는 여성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는지를 질문하고 싶다.
 
 아직 수정되지 않은 난자를 인간생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난자는 엄연히 인간생명인 배아를 생성하는 부분체로서 보호와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한다('제1기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백서' 참조). 어느 여성학 학자는 TV를 통해 난자에서 핵을 빼내는 소위 '젓가락 기술' 동영상을 보는 순간 소름끼치는 전율을 느꼈으며, 동시에 마치 자신의 자궁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난자는 단순히 생명연구의 대상으로 개체화될 수만은 없는 그 이상의 어떤 것, 여성에게서 자신의 몸의 일부로 느끼고 인식되는 고귀한 생명체로서 존중되고 보호돼야 하는 것이다.
 
 더욱이 난자를 제공하는 여성은 과배란 유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많은 부작용을 감당해야 한다. 어떤 여성은 두통, 우울감, 피곤, 무력감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가 하면, 심한 경우에는 사지의 감각 이상과 간혹 후유증으로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렇듯 여성이 난자제공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수많은 고통을 생각한다면 결코 난자가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단순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어떤 과학자들은 한국의 생명과학기술이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성공시킬 수 있을 만큼 발전하지 않았음을 주장하면서,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 승인이 자칫 난자만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배아를 훼손하는 윤리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지닌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cell) 연구 혹은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제안한다.

[평화신문]  2009. 05. 10   10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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