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소중해!] 태아일기(17) - 8달 : 아빠 늦는다고 화났잖아? | |
김원석 글/ 김복태 그림 | |
"깍꿍!"
나는 눈을 뜨기 시작해.
내 키는 약 40㎝이고, 몸무게는 약 1.5㎏이야. 그러니까 키는 동해안이 고향인 명태만하고, 몸무게는 조그만 수박 한덩이 무게야. 내 몸에 근육이 발달해 몸이 단단해지고 피하조직에 많이 모인 지방인 피하지방이 붙기 시작하지. 들을 수 있는 청각이 거의 완성돼어,
"아가야, 넌 우리 꿈이란다. 귀여운 내 새끼."
엄마는 물론 아빠가 내게 하는 얘기를 모두 들을 수 있어. "얼씨구, 좋구나." 나는 바깥 소리에 반응을 보이며 어깨춤을 추기도 한단다. 이제 양수 양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아. 내 몸이 자궁벽에 부딪쳐 엄마는 내 움직임을 아주 잘 느낄 수 있을 거야.
이때 자칫 내가 세상 바깥으로 나갈 경우 인큐베이터에서 기르는 것은 가능해. 그렇지만 피하지방이 부족하고 생명력이 약해 위험할 수가 있어.
옛날에는 이때 세상에 나간 것을 칠삭둥이 또는 광복절이라고 했다며?
두뇌의 크기도 훨씬 커지고 뇌 세포와 신경순환계가 연결되어 활동하기 시작해.
이때 뇌가 두개골 크기에 맞추기 위해 마치 호두처럼 주름을 만들어서 접혀져.
그리고 내 복잡한 학습능력과 운동능력이 훨씬 잘 발달하게 돼. '엄마는 아빠가 늦게 오신다고 화났잖아. 어떻게 하지?' 나는 엄마가 기뻐하거나 슬퍼하는 것을 잘 알아. 엄마의 감정을 느낌으로 아는 거지.
[평화신문] 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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