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인간 죽음법'

관리자 | 2009.04.20 10:37 | 조회 1553

[생명의 문화]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의 ''인간 죽음법''

죽음에 대한 법이 있다면


▲ 김명수 신부(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최근 우루과이와 이탈리아에서 인간 죽음에 대한 법이 제정됐다. 두 나라에서 제정된 법률의 주요 내용을 알아보고 비교해보고자 한다.
 
 우루과이 하원은 3월 19일 '인간죽음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이미 이 법을 찬성하고 있기에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의 승인만 남아있는데, 대통령은 곧 이 법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법이 안락사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안락사는 현재 우루과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치료와 의료행위를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제3자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을 때에만 행사할 수 있다.
 
 이 권리는 말기 환자로 회복이 불가능 할 때 또 치료가 환자 자신의 삶의 질에 해가 된다고 판단할 때 행사할 수 있다. 사전 동의는 서류로 자신과 증인 두 명의 서명과 함께 작성해야 한다. 사전지시서는 법무사를 통해서 작성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말기 환자의 치료 중지는 배우자, 동거자, 가족의 의견에 달려 있다.
 
인간 존엄성, 생명의 불가침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2월 17년간 혼수상태로 살아온 엘루아나 앵글라로라는 처녀가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영양과 수분 제공이 중지된 상태에서 사망해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그를 돌보던 수녀들은 그의 아버지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그를 돌보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표명했으나 아버지는 법정을 통해 딸을 사망하게 한 것이다. 그가 사망하기 전부터 인간죽음에 대한 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이탈리아 상원을 거처 하원은 3월 26일에 관련법을 통과시켰다. 하원에서는 찬성 150표, 반대 123표, 결석 3표였다.
 
 이 법은 과학의 발전과 사회의 이익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생명의 불가침성을 선언한다. 사전지시를 통해 환자는 자신의 의사를 표명 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특별히 말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임무는 치료임을 명백히 선언한다. 의사에게 안락사나 자살에 도움이 되는 행위는 절대적으로 금한다. 환자 또한 그런 행위를 사전지시를 통해 의사에게 요구할 수 없다. 환자는 지나친 치료나 실험적 치료는 거부할 수 있으나 수분과 영양공급의 중단 또한 요구할 수 없다.
 
 사전 동의는 서류로 작성해야 하며 5년간 유효하고 다시 갱신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환자의 뜻에 따라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할 경우를 위해 환자는 자신의 대리자를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대리인들은 오직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만 지명돼야 한다. 대리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에게 가장 좋은 완화 치료를 공급하게 하고, 의료 집착, 치료 중단 그리고 안락사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응급 사태의 경우에는 사전 동의는 유효하지 않다.
 
 간략하게 소개한 두 나라 사례를 보면 얼핏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그 차이의 핵심은 과연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신의 것이든 제3자의 것이든 인간 생명을 마치게 할 수 있는가 이다.
 
 우루과이의 경우에는 의식이 있는 사람의 생명은 자신의 자유 의지로 처리 할 수 있게 허락한다. 또한 의식을 잃은 경우 그 사람의 생명은 제3?자의 의견에 따라 처리하게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인간의 생명이 인간의 손에 맡겨지는 것이다.
 
 생명 존중하는 법을 만들어야

 그 반대로 이탈리아 법은 인간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을 수 있는 모든 길목들을 차단한다. 환자는 자살이나 안락사 행위를 요구할 수 없으며 모든 의료 행위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만 허용된다. 그 누구도 인위적으로 인간 생명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지난 2월 세브란스병원 사건에 대한 판정 후 우리나라에서도 '존엄사'라 칭하는 인간죽음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에 관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법으로 인간의 죽음을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만약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면 인간이 자연스럽게 그 수명을 다할 때까지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법은 그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평화신문]   2009.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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