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실천하는 신앙인, 참된 박애주의자 데이비드 알톤

관리자 | 2009.04.07 16:15 | 조회 1623
 

"[생명의 문화] 실천하는 신앙인, 참된 박애주의자 데이비드 알톤 "


신앙과 양심의 등불 쥔 정치인


▲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필자는 지난 2월 10일 서울대교구가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 수상을 위해 방한한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의 체류 기간에 그 분과 함께 다니며 많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사람을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알 수는 없겠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데이비드 알톤이라는 한 인간에 대해 깊은 감명과 존경심을 갖게 됐다.
 
 그 분이 단지 생명운동가, 정치인, 인권활동가로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활동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겸손함, 진솔함, 진지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신앙과 양심을 지키는 용기와 의연함이 있었고, 인류애에 기초한 정의와 평화, 인권 수호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그런 사랑과 열정의 바탕에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믿음과 실천 의지가 깔려있는 인물이었다.
 
 신앙과 진실성에 바탕을 둔 그의 인품은 그의 정치 이력과 저술활동에서도 드러난다. 알톤 경은 이미 17살이던 1968년 브레튼우드의 청년자유단체 회장으로서 소련군의 체코 침략과 남아공의 흑인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반대 시위에 참여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교사로서 특별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5년간 봉사활동을 하다가 1972년 21살에 리버풀 시의회에 최연소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1979년 리버풀에서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됐고, 아일랜드 출신인 독실한 가톨릭 신자답게 낙태 및 배아 연구 반대 등 생명운동을 주도했는데, 1997년 소속 정당인 자유민주당이 낙태 합법화를 당의 정책으로 채택하자 자신의 양심을 거스를 수 없다며 18년간 지녀왔던 하원 의원직을 버리고 당을 떠났다.
 
 그의 행동은 당선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너무도 쉽게 바꾸며 이리저리 당적을 옮기거나, 선거 때 외치던 양심과 소신을 정치적 야망과 바꿔 버리는 우리나라 정치인들과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사실 지난 해 5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배아연구 허용과 난자기증 보상허용 규정 등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가톨릭교회가 반대 성명을 내고 신자 국회의원들에게도 반대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상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에 비하면 교회의 가르침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에 임하면서 원칙을 위해 의원 직을 던질 수 있는 알톤 경의 소신과 의연함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의 인품을 인정한 당시 보수당 당수 메이저 총리도 알톤 경이 반대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추천했다.
 
 한편 알톤 경은 양심과 인권을 억압하는 정치 체제 안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현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조금이라도 불의한 현실을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는 2002년부터 아르제바이젠, 조지아, 수단,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콩고, 르완다, 다푸르 등 인권 문제 발생국을 방문해 인권과 종교자유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2003년 런던에서 우연히 탈북자를 면담 한 후에는 비참한 북한 수용소의 인권현실에 관심을 갖고 영국 의회에서 의제로 삼는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 2004년부터 북한 관련 의회 초당적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2003년 알톤 경이 출판한 「Passion&Pain: The Suffering Church Today」는 이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구소련 국가 등 이슬람국가나 독재 국가에서 박해받는 그리스도인의 비참한 실상을 알리고 있는데 각 국가의 사례마다 알맞은 기도 지향을 붙여놓았다.
 
 그리스도 안에 한 지체로서 우리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기도 안에서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 고통에 동참하며, 주님께서 이끌어주신 대로 변화를 위해 행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사실 영국 상원의원으로서 알톤 경은 저 멀리 떨어진 제3세계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종교적 불의에 무관심한 채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명성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며 편안히 지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열정을 가지고 이런 인권 침해 사례를 보고 듣고 고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의 실천적 신앙심 때문이다.
 
 그는 산꼭대기에서 던지는 작은 돌맹이가 거대한 산사태를 일으킬 수 있듯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변화를 위한 시도를 작게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알톤 경의 모범과 호소처럼 우리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무관심, 안일함, 이기심을 극복하려는 용기,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대의식, 그리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를 가져야 한다.  알톤 경은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살기 위험한 장소가 된 것은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그 위험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화신문]   2009. 04. 05   10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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