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자살을 막아야 한다

관리자 | 2010.05.10 13:17 | 조회 1368

[생명의 문화] 자살을 막아야 한다

 

▲ 맹광호 교수(가톨릭 의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8년도 우리나라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약 26명 정도라고 한다. 매년 1만20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얘기다. 이것은 멕시코의 자살률 3.8명, 영국의 6.3명, 이탈리아의 5.7명, 그리고 미국의 10.2명 등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높은 수치다.

 

줄어들지 않는 자살률

 

우리나라 전체 사망원인 순위로 보더라도 자살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에 해당하며, 특히 20대나 30대 연령층에서는 자살이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우리보다 먼저 높은 자살률을 경험했던 외국의 경우에도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고령화되면 일시 자살이 증가했다. 그러나 대략 인구 10만 명당 20명 정도에 이르면 이후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 경향인데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에 자살률 20명에 도달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살률이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더 증가 할 것 같다는 점이다. 이런 비관적 전망의 근거는 외국에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자살 증가의 일반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사회경제적,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나 인구 고령화 현상이 모두 한동안 개선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우선 자살률이 높은 노인층에 대한 자살예방 대책이 미흡하다. 한 나라의 사회경제적 상황이나 건강문제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이 노인층의 사회경제적 수준과 건강인데,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만성질환 유병상태 또한 전혀 좋아지고 있지 못한 상태다.

 

둘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생명존중 의식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낮다는 점이다.

 

1960년대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를 모든 것에 우선한 국가정책은 생명까지도 도구화해 왔다. 낙태를 인구조절정책으로 채택한 인구정책이 그렇고 위험한 공해산업을 앞장세워 많은 직업병과 산업재해를 자초한 산업정책이 그렇고, 교양이나 가치교육보다는 기능적 인간을 만드는 지식위주의 전략적 교육정책이 그렇다.

 

이것은 특히 최근 청소년들의 자살이 늘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소위 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인 생명과학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수없이 많은 여성의 난자와 이를 사용한 배아연구 같은 생명윤리 문제가 많은 편향된 연구에 열을 올리는 현실도 마찬가지다.

 

이런 잘못된 발전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서 생명존중 의식의 성장을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가지 사회병리현상의 개선과 사회 안전망의 구축, 그리고 우울증 같은 자살 유인 질환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보건 및 복지차원의 대책과 사회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 정부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나마 보건복지부가 최근에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와 함께 '자살 없는 건강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을 다짐한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자살예방에 있어서 우리 가톨릭교회가 다른 누구보다 앞장서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가톨릭교회는 자살이 부도덕하고 사악한 선택이라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객관적으로 볼 때 자살은 중대한 비윤리적 행위입니다. 실제로, 자살에는 자기애의 거부가 담겨있으며, 이웃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들과, 전체 사회를 향한 정의와 자비의 의무 포기가 담겨 있습니다"고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자살의 가장 깊은 실재가 생명과 죽음에 대한 하느님 주권에 대한 거부임을 지적하면서 자살예방을 위한 지역교회 활동을 촉구하고 있다.

 

자살예방센터 활동 기대

 

그런 의미에서 지난 3월 3일,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문화관광부 지원을 받아 청소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한 '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이 자살예방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충동적 자살을 막기 위해 상담서비스와 전화상담, 그리고 생명존중의식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상담실도 운영한다고 한다.

 

매년 30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가정불화나 학업 스트레스, 왕따 등의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실에서, 우리 교회가 앞장서 자살예방 활동을 시작한 것은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활발한 활동과 구체적 성과를 기대해 본다.

 

평화신문  [1063호][201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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