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 변해야 한다

관리자 | 2010.05.10 11:32 | 조회 1512

[생명의 문화] 외모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 변해야 한다

 

실속보다 포장에만 '혹' 하는 외모지상주의에 제동 걸어야



 

▲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성형수술 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후유증으로 정상적 생활이 어려운 경우에 대한 보도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러나 외모로 사람의 인격이나 가치를 가늠하는 풍조는 변하지 않고 굳건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잡고 있다.
 
  몸짱과 얼짱들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너도나도 그런 우상들을 모델 삼아 자신도 동일한 목표에 도달하고자 애쓴다.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모두 성형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더욱이 요즘에는 성형중독 현상까지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니 한국이 성형공화국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술

 생명을 담보로 하여 자신을 불구로 만들지도 모르는 성형수술을 감행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그냥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또 단지 줏대가 없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거나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기정사실로 돌릴 수도 없다.

 처음에는 무해한 화장이나 머리염색 혹은 점 빼기 등에서 시작해서 성형수술에까지 이른다. 성형외과와 같은 형태의 상업화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육체를 내면에서 파악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것으로 여겨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으며, 단지 유행의 틀에 맞추려는 심리를 이용해 성행된다. 아름다움이 인위적 조작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신체에 대해 갖는 이질적 관계와 인간성 조작을 관찰할 수 있다.

 상품에는 소비자의 눈을 끌어 구매력을 높이려는 포장 형태가 주어진다. 따라서 사용 가치는 자동적으로 뒤로 밀려나게 마련이다. 일정한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실용성이 아닌 판매성, 즉 그 물건 소유자의 사회적 위상의 상징이 되는 가치 때문에 발생한다. 포장과 아름다운 겉모양의 세계는 시장가치를 규정하며 삶의 세계에 침투한다.

 그와 유사성이 육체의 상품화와 도구화에서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육체를 미용 전문가와 성형 외과의사에게 맡겨 남들이 탐내는 포장을 얻어내려 한다. 미인 경연대회와 젊음에 치중된 사회에서는 아름다움이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에 국한된다.

 따라서 각종 호르몬 크림의 사용을 통해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미용산업이 흥한다. 매체가 된 육체는 품목의 상표 역할을 하며 원래의 참모습과 내면적 아름다움을 잃고 선전 광고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유행하는 포장에 의해 규격화된 육체는 겉모습일 뿐이다.

 사람들은 선전 가치에 세뇌되어 무책임한 상업성을 띤 성형외과 의사에게 자신을 맡겨 유행하는 미적 이상형에 근접하고자 한다. 이는 피학대 성향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성형수술의 실패로 인해 부작용에 시달리거나 불구가 되는가를 한 번 생각해 보라. 현 상황에서는 인간을 상품화하고 도구화하는 미용성형산업에 제동을 거는 것이 시급하다.

 외모지상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마도 매스컴일 것이다. 사회의 계몽과 교육에 앞장서야 하는 매스컴이 성형수술의 해악이나 위험에 대해 계몽하지는 않고, 오히려 미용산업계의 이익에 부응해 인간의 몸을 도구화하고 상품화하는데 앞장선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평등사회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한 번 반성해보아야 할 것이다. 반드시 필요한 치료를 위한 성형수술이나 가벼운 미용 성형수술이 아니라,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고, 평생 불구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의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윤리적 자질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

 요즘 꽃미남을 우상화해 남성들로 하여금 여성들처럼 외모 관리를 하도록 만들고, 미용성형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편 여성들로 하여금 남성의 보호심리를 자극시키는 가냘픈 몸매를 추구하도록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의 저변에는 여성들 스스로가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가부장적 성향이 깔려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외모가 아니라 내면적 성숙함과 아름다움으로 자신을 돋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곱든 밉든 뚱뚱하건 빈약하건 타고난 자신의 몸에 보다 당당하고 자신감을 갖고 모든 이가 대등한 인격체로 나설 수 있을 때 진정한 평등사회를 요구할 수 있고 또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신문   [1055호][201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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