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올바른 장기기증 문화를 위한 제언

관리자 | 2010.04.22 14:07 | 조회 1600
 
 

"[생명의 문화] 올바른 장기기증 문화를 위한 제언"


거룩하고 고귀한 생명 나눔 실천에 윤리적 오류나 악용의 폐해 없도록


▲ 맹광호(가톨릭 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장기기증 운동이 서서히 활기를 띠어가고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의하면 2000년대 초만 해도 장기기증 희망자가 연간 5만 명 수준이던 것이 2005년 이후 서서히 증가해 2008년에는 7만5000명 수준으로 늘어났고, 뇌사자 장기이식도 연간 100명을 밑돌던 것이 2008년에는 256건으로 늘어났다.
 
김 추기경 선종 후 급증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해 2월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면서 각막을 기증했다는 뉴스가 나온 이후 장기기증 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해 2009년에는 10월 현재 장기기증을 희망한 사람이 무려 17만 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우리 가톨릭교회 내 장기기증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도 지난 20년간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한 사람이 총 3만 명 정도였으나 추기경님 선종 이후 지난 한 해에만 3만 명이 장기기증을 약속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이런 장기기증이나 이식 실태는 선진 외국에 비해 아직도 크게 낮은 상태지만 최근의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도 이식을 필요로 하는 장기의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이 심장이나 간, 췌장, 신장 등 신체 주요 장기의 기능 손실로 인한 만성질환 사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기능이 망가진 장기들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는 한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있어서 현재로서는 해당 장기를 다른 사람의 것으로 바꾸는 이식이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가 장기이식을 귀한 사랑의 실천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에서 가톨릭교회가 장기기증운동을 교회차원의 사랑운동으로 펼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부터다. 즉, 1989년 10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모시고 서울에서 개최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서울대교구 안에 '한마음한몸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헌안(獻眼), 헌혈(獻血)부를 두어 주로 안구기증과 헌혈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뒤 사후 시신기증을 장기기증 사업에 추가하고, 1994년에는 백혈병환자들을 위한 골수기증운동까지 추가하는 등 점차 장기기증 사업을 확대해왔다. 더구나 1969년 국내 최초의 신장이식 수술을 가톨릭의과대학 부속 성모병원에서 성공을 거둔 자랑스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이런 장기기증 운동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철저한 사전ㆍ후 관리 필요

 그러나 이런 장기기증 행위는, 그것이 좋은 일이고, 따라서 무조건 누구나 장기를 기증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말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 일이 단지 장기기증자의 의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이 일은 가령 어떤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이나, 혹은 죽은 후에 자신의 장기를 남에게 주겠다고 하더라도 이 일이 실천되기까지에는 여러 사람이 관여하게 되고 또 까다로운 기술적, 윤리적 문제들이 관련되어 있어서 철저한 사전, 사후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증된 장기를 이식하는 기술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고, 장기기증을 가장한 금전적 뒷거래의 가능성이라든지,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떼어내어 이를 이식하는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뇌사 판정오류의 가능성 등 현실적으로 장기기증이 잘못 실천 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사후 시신기증을 통해 얻어지는 조직들 가운데 예컨대 뼈나 피부 등은 기증자의 뜻과 달리 미용이나 성형 목적으로 판매되는 일이 있을 뿐 아니라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뇌사가 잘못 판정되는 일도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가톨릭교회가 뇌사를 사망으로 인정하고 이렇게 판정된 뇌사자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찬성하면서도 미리 장기이식을 염두에 둔 뇌사판정에 대해서는 이를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 뇌사판정과 관련한 까다로운 생명윤리문제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기증과 이식기술의 적용이 올바르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이나 기증받는 사람, 그리고 이 과정에 관여하는 사람들 모두 이 일과 관련한 윤리적 원칙들을 잘 지키도록 알리고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는 장기기증 운동을 한국가톨릭교회 전체의 긍정적 생명운동으로 좀 더 활성화하기 위해 '가톨릭 장기기증 전국네트워크'를 만들기로 하고 그 준비에 착수했다. 이를 계기로 가령 신자들에게 장기기증과 이식에 관한 자세한 지침을 만들어 제공하는 일은 물론 장기기증자들의 뜻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기증 및 이식정책을 모니터하는 일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0. 01. 24    1053호

 

기사원문 바로가기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