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안전사고의 불감증과 생명경시

관리자 | 2010.04.22 14:05 | 조회 1420
 
 

[생명의 문화] 안전사고의 불감증과 생명경시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반복되는 안전사고 '불감증'


▲ 진교훈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대형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입고 있다. 그래서 온 국민의 불안은 점증하고 있다. 거의 매일 각종 안전사고에 관한 내용이 방송 뉴스를 차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은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얻는 등,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사고 공화국, 불명예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세계적인 뉴스가 되는 대형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OECD국가 중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1위, 산재 사망률 1위 등을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다리 붕괴, 건물 붕괴, 도로 붕괴, 열차 사고, 지하철 사고, 각종 대형화재, 폭발 사고, 교통 사고, 해난 사고, 가스중독 사고 등 거의 모든 생활공간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발생했던 대형 인명사고만을 나열해 보겠다. 안전사고 불감증 환자들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1993년 1월 27일. 27명 사망; 충북 청주시 우암상가 아파트 붕괴사고
 △1993년 3월 8일. 79명 사망, 105명 중상; 부산 구포 열차 전복 사고
 △1993년 7월 27일. 66명 사망;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1993년 10월 10일. 292명 사망;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1994년 10월 21일. 32명 사망, 17명 중상; 성수대교 붕괴
 △1994년 10월 24일. 25명 사망; 충주호 유람선 화재
 △1994년 12월 7일. 12명 사망, 65명 중상; 아현동 가스폭발 사고
 △1995년 4월 28일. 98명 사망, 125명 중상, 3명 행방불명; 대구 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1995년 6월 29일. 501명 사망, 123명 행방불명;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7년 8월 5일. 229명 사망; 대한항공 801편 747기 추락
 △1999년 6월 30일. 23명 사망; 화성 씨랜드 화재
 △1999년 10월 30일. 57명 사망; 77명 부상;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2000년 10월 18일. 7명 사망; 성남 유흥주점 화재
 △2001년 3월 5일. 3명 사망, 3명 중상; 서울 홍제동 화재 소방관 순직 사고
 △2002년 1월 31일. 12명 사망; 군산 유흥업소 화재
 △2002년 12월 6일. 9명 사망; 충남 서천 노인복지시설 화재
 △2002년 12월 8일. 6명 사망, 6명 중상; 인천 여인숙 화재
 △2003년 2월 18일. 122명 사망, 138명 중상, 80명 행방불명; 대구 지하철 화재
 △2003년 3월 26일. 8명 사망, 17명 중상;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2005년 3월 27일. 5명 사망; 서울 미아리 집창촌 화재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강구를 약속했지만. 아직도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아 대형사고 위험은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 원인은 요컨대 각급 기관의 장이 사고예방에 대한 책임의식이 투철하지 못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정지출에 인색한 점도 있겠으나, 그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상하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고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인명손실과 막대한 재산상 손실을 초래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하지만, 더 나가서 이로 말미암은 국민적 공분(公憤)과 상호불신(相互不信),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심리적 불안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는 대단히 커서 간단히 추정하거나 계산할 수 없다. 다른 나라 재난사고와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고 원인은 부실공사나 안전관리 미흡 등 당연히 예방해야 하고 예방이 가능한 사고였다는 점에서 국가안전 관리체계의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국민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돈만 벌 수 있다면, 내일 어떤 사고가 발생하든, 내가 염려할 일이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는 남이다. 누가 남인가? 우리 모두가 남인가? 그러면 남 없이 내가 살 수 있는가? 남을 배려하고 나와 남의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이며, 하느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자연법의 원리이다.
 
[평화신문]  2010. 01. 10    10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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