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뇌사자 장기기증 더 늘었으면

관리자 | 2010.04.22 13:52 | 조회 1532
 
 

"[생명의 문화] 뇌사자 장기기증 더 늘었으면"


꺼져가는 생명 살리는 장기기증, 생명 나눔의 마음으로 불붙기를


▲ 구영모 교수(울산의대 인문의학교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생명윤리에서 가톨릭교회는 흔히 '왕 보수'로 통한다. 가톨릭교회는 수정란을 온전한 인간이라고 가르치고, 거의 모든 경우 낙태에 반대한다. 또 말기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해서도 상대적으로 엄격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모든 걸 감안할 때 '왕 보수'라는 별명이 가톨릭교회에 어울리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뇌사 및 장기기증에 관한 한 가톨릭교회는 보수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교회는 뇌사를 죽음의 기준으로 받아들인다. 뇌사자가 더 이상 인격적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법률이 심폐사만을 죽음의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교회의 기준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교회는 시신에서 장기를 취하는 것을 인정한다. 장기이식이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사랑의 행위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 신앙인으로서 사랑의 삶에는 때로 위험과 모험이 따르지만 그것이 이웃을 위한 사랑의 행위가 된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뇌사자 장기기증율 낮아

 지난 2월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각막 기증은 그런 가르침에 따라 이뤄졌다. 뇌사자의 경우에는 최대 아홉 명에게 심장, 폐, 췌장, 신장, 간 등을 나눠 줄 수 있다. 지난 11월 21일 가톨릭의대 마리아홀에서 열린 '2009 장기기증자 봉헌의 날 및 생명콘서트'는 올 한해 각막과 장기, 인체조직, 시신 등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난 기증자 58명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자리였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을 한 뇌사자는 역대 최고인 250명이었다. 우리나라 1년 사망자 25만 명 가운데 1%를 뇌사로 봤을 때 대략 10%정도 되는 비율이다. 기증자의 대부분은 교통사고와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뇌사자들이다. 2009년 올해에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250명 내외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장기기증의 특징은 살아있는 사람의 신장, 조혈모세포 기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특히, 스페인),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인구 백만 명당 뇌사자 장기기증 비율은 아직 한참 모자란다. 다만, 우리와 법제가 매우 흡사한 일본의 경우 뇌사자 장기기증 숫자가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이채롭다.

절박한 심정으로 기다리는 환자들
 
 뇌사자 장기기증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10월 13일 발표된 대한의사협회의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은 필자의 이런 희망을 뒷받침한다. 지침에 따르면, 뇌사이거나 뇌사에 준하는 환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지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뇌사자 장기기증은 교회의 가르침에 부합하고, 현행법 테두리에서 허용되며, 의료진의 협조를 구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환우들 역시 뇌사자 장기기증을 간절히 필요로 한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우리 신자들이 뇌사자 장기기증을 늘리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그동안 국내 가톨릭 의료기관들이 이끈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은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정착했다.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역할이 컸다. 그 성공의 노하우와 에너지를 앞으로는 뇌사자 장기이식 분야에도 확대해서 적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홍보도 하고, 뇌사자 장기기증 서약도 받고, 뇌사자 장기기증 코디네이터 역할도 해나가자. 까다로운 법절차에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법이 사회적 타협의 산물인 이상 뇌사자 장기기증도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연말이면 우리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게 된다. 이웃 사랑의 실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이 우리 주변에 번져갔으면 좋겠다. 그 중에서도 뇌사자 장기기증이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평화신문]   2009. 12. 27    1049호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