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같은 민족을 살리자.

관리자 | 2010.04.22 13:50 | 조회 1327
 

"[생명의 문화] 같은 민족을 살리자."


▲ 김찬진 변호사(야고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운영위원)


 이미 이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이 지난 11월 23일 성명을 발표, 또다시 북한의 식량부족과 인권보호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서울대교구가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 수상을 위해 지난 2월 방한했던 알톤 경은 생명운동가, 정치인, 인권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양심과 인권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런던에서 탈북자를 만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 갖기 시작했으며 북한도 다녀왔다.
 
 알톤 경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정부가 북한의 식량부족과 인권보호 문제에 대해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과거 냉전 시절에는 안보 문제와 인권 및 인도주의적 문제 사이 연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인권문제와 생존에 필요한 식량보급 문제가 완전히 별개로 다뤄져 왔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식량 부족과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외 여러 기구들도 언급하고 있다.
 
 세계식량기구는 최근 북한의 식량 부족 상황과 관련해 주민들의 배고픔을 달래려면 180만 톤 정도 식량이 더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는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인구의 3분의 1인 900만 명이 먹을 식량이 부족한 것이다.

아동 영양실조 심각

 
 세계식량기구는 또 6살에 해당하는 북한 어린이 37% 이상이 만성적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런 현상은 발육부진으로 이어져 북한 남성의 군 입대시 키 기준이 147.5cm에서 127.7cm로 낮춰졌다. 북한 남성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한국 남성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난다. 한국 남성에 비해 키가 12.7cm 작고, 몸무게는 11kg 정도 가볍다.
 
 우리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의뢰해 시행한 북한주민에 대한 인권실태조사(2008년 7월~2009년 2월)에서도 식량 부족 상황은 드러났다.
 
 조사 결과 "굶어 죽는 사람을 보았다"는 응답이 58%에 달했다. 식량배급에 관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6%가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배급 기일도, 배급량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응답은 39%였다. 현재 북한 주민은 만성적 식량부족으로 생존권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인권위원회에 의하면, 식량배급은 공식적으로 당간부, 군대, 군수산업 등 특정집단에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일반 주민에게는 김일성, 김정일의 생일이나 설, 추석 명절 등에 2~3일 분량씩 이뤄진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은 전염병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 1년 동안 10만 명당 220명이 결핵에 감염돼 사망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산모 사망도 상당히 증가했다. 콜레라, 성홍열, 장티푸스 같이 빈곤과 관련있는 질병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의 인권 상황도 식량 부족 못지않게 열악하다.
 
 유엔 북한 특별 보고관은 지난 30년 동안 북한 수용소에서 4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30만 명 정도가 탈북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가다가 죽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본국으로 송환돼 결국 감옥에 갇히게 된다.
 
 인권 상황 열악

영국 의회가 최근 작성한 「북한에 대해 행동을 취할 것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고함」이라는 보고서도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먹여 살리지 못하면서도 북한을 통치하는 고립된 지배집단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막대한 비용을 군대에 쏟아 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리의 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서도 '공개처형을 본 적이 있느냐'와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각각 76%와 78%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인권위원회는 "북한인권 관련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필요한 경우 우리 정부에 대해 관련정책을 권고할 계획"이라는 지극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알톤 경이나 세계 기구들이 북한 상황에 보이는 관심은 우리들에게 같은 겨레인 북한 주민 상황에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정부 기관에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에서 우리 국민이 할 일은 무엇인가. 이념적 논리를 따지기에 앞서 굶주림에 허덕이는 동포를 돕는 일이 우선이 아닐까. 우리 교회부터 북한 돕기 운동을 펼쳐보자. 그것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겠는가.

 

[평화신문]  2009. 12. 20    10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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