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갑시다] 삶의 마지막 단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관리자 | 2010.01.06 16:13 | 조회 1448
 

"[생명의 문화] 삶의 마지막 단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요즘 들어 존엄사, 연명치료 중단 등 죽음에 가까운 시기의 환자 치료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에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침에서 시정해야 할 내용들이 있다.
 
윤리적 문제들

 우선 연명치료중단 결정에서 가족들의 동의, 이미 지출했거나 앞으로 지출할 의료 비용, 정신적 고통 등 가족들이 생활에서 입을 희생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여 경제적 이유로 가족들이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게 했다. 또 연명치료 중지 고려는 임종이 가까운 회복불가능한 말기환자의 무의미한 특수연명치료에 국한됨을 명시화하지 않아 일반연명치료도 중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리고 연명치료 중지대상에 식물상태로 6개월 이상이 지났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를 포함시켰으나 특수연명장치 없이 일반연명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식물상태의 환자를 연명치료 중지 대상으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특수 연명장치를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로 한정한다.
 
 이 지침에는 의료기관들이 연명치료 중지에 관해 자문할 수 있는 병원윤리위원회를 두고 의학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 의료진, 병원윤리위원회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연명치료중지 결정은 임종이 가까운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과도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어야 하며, 환자의 죽음을 의도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또 불필요한 치료에서 오는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적 품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 유지를 위한 일반적 치료 수단들, 예컨대 영양 및 수분 공급, 수혈, 주사, 위생 처리 등 기본 간호는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말기 환자에 대한 최선의 진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하거나 과도한 어려움이 따르는 예외적 방법들을 사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인간 존엄성은 생명 존중과 불가분 연결된다. 그러므로 환자는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필요한 치료와 돌봄을 받아야 한다.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의 존엄은 필요한 치료를 보류하거나 중단하지 않고, 적절히 처치하며, 더 나아가 과잉치료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보호될 수 있는 것이다. 의사의 의무는 환자 상태가 어떤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따른 치료법과 합당한 처치가 무엇인지를 판단하여 조치를 취하는 데 있다. 환자 상태에 대해 잘 알고 환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므로 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의료행위에는 환자와 보호자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죽음이 임박한 환자를 위해 과도한 치료를 요구한다거나 반드시 필요한 치료를 거부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합당한 의학적 근거를 고려하지 않고 환자나 보호자의 의사에 따라 의료행위가 결정되는 일은 옳지 않다.
 
 그러나 환자 자신이 의사전달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를 대비해 원하는 치료와 원치 않는 치료, 치료중단에 관한 의사를 미리 표명하는 사전의료지시서는 의료진의 법적 책임과 갈등을 회피하는 수단이 되기 쉽다. 그러므로 사전의료지시서에 관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 사전의료지시서가 안락사 지시서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말기환자의 죽음이 임박한 경우 치료중단여부에 대한 결정은 일반적 법규로 정해 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어떤 법적, 객관적 규정도 너무 다양하고 복잡한 개별 환자의 상태에 올바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심폐소생술이라든가 인공호흡기 부착 같은 치료방법은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치료 방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그것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진 자신도 그 경계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호스피스 등 확대돼야

 경제적 부담 때문에 회생 가능한 환자에게까지 연명치료 중단이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치료비가 없는 저소득층이나 자녀와 재산 분쟁을 겪는 노인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거부당할 수 있다.
 
 장기간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 환자 본인과 가족들을 정신적 경제적 공황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으므로 그러한 말기환자를 위한 건강보험제도를 정비하고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 회생 가능성 없이 죽음을 기다리며 큰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는 치료를 중단한 후 자연적 죽음에 이르기까지 통증완화치료와 정서적이고 영적인 도움을 받으면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
[평화신문]  2009. 11. 29    10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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