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금연과 절주는 실천적 생명운동

관리자 | 2009.09.25 10:37 | 조회 1482

"[생명의 문화]금연과 절주는 실천적 생명운동"


▲ 맹광호(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최근 들어 생명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관심과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만큼 고귀한 인간생명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자살과 폭력이 날이 갈수록 늘고 있을 뿐 아니라 생명의 초기 단계인 수정란이 의학적 연구 목적으로 마구 쓰이고 있으며, 무고한 태아들이 부부들의 출산조절 목적이나 미혼 남녀의 무책임한 성적 유희의 결과로 소리 없이 죽어가고 있는 등 인간생명이 총체적으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가히 죽음의 문화가 독버섯처럼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죽음의 문화를 바로 잡고 우리 사회에 생명문화를 꽃피우게 하려는 것이 교회의 생명운동이다. 이를 위해 생명의 존엄성을 교회 안팎에 널리 알리고 죽음의 문화를 조장하는 사회제도나 법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하는 일 등이 교회 생명운동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가톨릭교회가 별로 관심을 가져오지 않은, 그러나 생명 문제와 관련해서 현실적으로 다른 어느 행위에 못지않게 중요한 반생명적 관습이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다. 흡연과 지나친 음주 관행이 그것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의하면 금년 1년 동안 흡연 관련 질병으로 조기에 사망하는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5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이중 70%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대륙의 저개발 내지 개발도상국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약 5만 명이 흡연 때문에 사망을 한다. 전체 사망자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술로 인한 건강상 피해와 이로 인한 사망 또한 결코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다. 음주 관련 질병, 예컨대 간이나 심장혈관계 질환 등으로 매년 2만여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여기에 음주 운전이나 기타 음주관련 사고사망까지 합치면 흡연으로 인한 사망 못지않게 많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질병역학 연구들을 보면 술은 위나 간의 일반 질병 말고도 위장관계통의 암, 특히 식도암이나 후두암의 발생률까지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에서 음주자와 비음주자를 장기간 관찰해 각종 암 발생 차이를 비교 조사한 것을 보면 음주자의 경우 비음주자보다 구강암이나 식도암 발생 비율이 무려 16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외에도 술은 급성 또는 만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미국의 경우 췌장염의 60~70%가 음주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흡연과 음주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각국 정부로 하여금 강력한 금연과 절주정책을 실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이들은 단지 순간적으로 생명을 파괴하지 않을 뿐, 서서히 그러나 다른 어떤 무엇보다 대량으로 인간생명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음주나 흡연에 관한 한 우리 가톨릭은 이제까지 다른 어떤 종교보다 너그러웠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세간에서는 술과 담배를 못하게 하는 개신교보다 이런 일들을 허용하는 가톨릭을 믿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말까지 통용돼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유야 어디에 있었건 이제 이런 음주나 흡연이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 이런 습관들에 대해 우리 교회가 너그럽다는 평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 가톨릭교회가 다른 어느 종교나 사회단체보다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해왔으며 따라서 이런 일에 너그럽다는 것은 생명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일에 앞장서온 우리 오랜 전통에도 맞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금연과 절주가 생명을 보호하는 실천적 생명운동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흡연과 지나친 음주행위를 막는 일에 우리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나 신자들이 먼저 금연과 절주를 실천하는 일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09. 9. 13  10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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