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사회적 병폐가 되고 있는 자살의 문제

관리자 | 2009.09.10 11:29 | 조회 1830
 
 

"[생명의 문화] 사회적 병폐가 되고 있는 자살의 문제"


자살 다루는 미디어의 가벼움 '안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자세 필요... 자살 위기의 이웃에 관심 가져야

▲ 구인회(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대형 사고로 인한 죽음, 유명 인사들의 잇단 자살, 어린이나 노인의 방치나 학대 등에 대한 빈번한 보도는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한 병든 사회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예전에 비하면, 경제적으로도 부유해졌으며, 빈곤한 제3세계에 비하면 그래도 여러 모로 선진국 대열에 상당히 가까와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여유는 더 없는 것 같다.
 
 이어지는 유명연예인들의 자살, 사회적 불평등이 억울하고 분해서 투신하는 사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어서 투신하는 사람, 빚에 시달리다 동반 투신하는 사람, 부당한 처우에 대한 항의로 분신하는 사람, 입시의 중압감에 자살을 택하는 청소년 등 자살의 유형이나 원인도 다양하다. 마치 전염되는 듯 이어지는 자살행렬을 정치ㆍ사회적 격동기에 일어날 수 있는 돌발사건 정도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양상이 너무 심각하다.
 
 어느 날 뜻밖에 보도되곤 하는 유명인들의 원인 모를 자살은 상상할 수 있는 수많은 추측과 의혹을 남긴 채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그들의 홀연한 떠남은 남는 이들을 고통과 상실감, 허탈감에 빠지게 만든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불안이 지배하는 병든 사회다. 저명인사들의 잇따른 자살은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상층부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가뜩이나 자살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명인사들의 죽음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부작용마저 수반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유명 인사들의 자살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자살의 충동을 불어넣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 전반적으로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해서 무고한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상상을 초월한 엽기적 범죄까지 성행하게 된다. 그 희생자들은 부당하게도 사회의 약자들인 것이다.
 
 자살에 대한 보도가 일반 시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에 매스컴은 신중한 보도를 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이든 자살한 사람들을 순교자나 영웅처럼 미화하거나, 자살행위가 용감하고 아름다운 행위로 비춰지도록 해서는 안 되며, 자살의 안타까움에서 비롯되는 애도에 덧붙여 옳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강조해야 한다. 자살한 방법에 대한 자세한 보도 등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유명인에 대한 언론의 자살보도 방식은 대중의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사건을 다뤄 흥미를 유발하는 선정적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자살은 단순히 실연이나, 실직, 질병 등으로 인한 고통이 유일한 원인이 아니며, 복합적 원인들에 의해 발생된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로부터의 도피성 자살, 풀 수 없는 문제로 부터의 해방으로서 자살, 갈등의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입히기 위한 수단으로 실행되는 분노와 복수심에 의한 자살, 못난 자신을 응징하기 위해 자행하는 자기처벌로서의 자살, 욕구좌절과 실패에 대한 반응으로 자행되는 자살,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결합을 위한 자살, 정신질환에 따른 자살 등을 일반적으로 자살의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자살에 대한 기사에는 가족들이 겪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언급돼야 한다. 또한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최신 치료법을 알려주며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 자살을 대신하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중요한다. 치료나 상담을 받아 위기를 넘긴 사람들의 사례를 보도해야 한다. 죽음에 대해 너무 가볍고 경솔하게 생각하거나 금기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핵가족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소외나 고립은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적 성장으로 인해 신체건강이 좋아지고 기대수명도 늘어났으나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는 선진국을 넘어서 심각한 정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자살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자살문제에 대해 매스컴이 보도할 경우에는 자살징후에 대해 정보를 주어 시민들로 하여금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체크하여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며, 이러한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선사하고 거둬 가는 분은 오로지 한분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임을 잊지 않고 전염성에 가까운 사회적 병폐가 되고 있는 자살을 막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자살 위기에 처해있는 이웃이 있는가 늘 관심을 갖고 둘러보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사랑의 공동체 안으로 인도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9. 08. 16       10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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