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대안 있는 생명운동: 영국의 “라이프(LIFE)”

관리자 | 2009.09.10 11:25 | 조회 1619
 
 

"[생명의 문화] 대안 있는 생명운동: 영국의 “라이프(LIFE)”"

 

 


버려지는 생명 없도록 그물망


▲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필자는 지난 3월 영국 중부의 작은 도시 노탬튼에서 열렸던 '라이프 전국회의(LIFE National Conference)'에 참석해 영국의 생명운동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졌다. 이 회의는 영국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라이프(LIFE)'라는 생명운동단체 소속의 여러 단체들이 매년 모여 서로의 활동을 보고하고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하며 친교를 나누는 모임이다.
 
 '라이프'는 1967년 영국에서 낙태허용법이 제정된 것을 계기로 법안 반대활동을 벌이던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1970년 평신도 교수 부부에 의해 초교파적 평신도 생명수호운동 단체로 창설됐다.
 
 이 단체가 내 세운 두 가지 목표는 첫째, 낙태에 대해서는 예외없이 단호한 태도를 취하며, 둘째는 전국적으로 미혼모 등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낙태 대신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돌보아주는 보호시설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만일 낙태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도 임신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도와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낙태 반대 구호는 공허한 울림이 되기 쉽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후 40여 년 동안 라이프는 영국과 아일랜드 지역에 수많은 미혼모 보호시설을 설립했을 뿐 아니라 무료 임신 진단, 상담, 수유 및 육아 교실 등 종합적인 도움을 주는 지역봉사센터, 전문 상담가 양성, 성과 생명에 대한 교육, 불임부부에게 자연적 임신을 도와주는 클리닉, 유아 호스피스 시설, 각종 대중매체와 출판물을 이용한 홍보활동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초 정부의 산아제한 정책과 모자보건법 제정 시도에 반대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단에서 사목교서나 성명서 등을 발표해 왔지만 영국의 경우처럼 낙태를 반대하는 대안으로 미혼모처럼 낙태를 강요받는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교회 차원의 노력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장로교에서 설립한 애란원이 1973년부터 미혼모 보호활동을 시작했고, 천주교는 1979년이 돼서야 착한목자수녀회가 처음으로 미혼모 시설인 '마리아의 집'을 설립했다.
 
 영국의 라이프는 출범 직후 자원봉사자들이 지역센터 등에서 미혼모 보호 활동을 하면서 1975년에는 50개, 1980년에는 100개 정도의 지역 봉사그룹을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단체가 되었고, 임신으로 인해 집에 갈 수 없는 소녀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마다 한두 가정이 그 소녀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했다.
 
 특히 1977년 영국에서 집 없는 이들을 위한 '하우징법안'이 통과하면서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각 지역자치단체들이 의무적으로 세워야 하는 시설들 중 라이프에서 수십 개의 거주시설 운영을 책임 맡게 됨으로써 미혼모 보호활동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 단체의 미혼모 보호시설들에서 지난해에만 80명의 아기가 탄생했고, 현재 32개의 시설에서 400명의 미혼모들이 묵을 수 있다고 한다.
 
 라이프는 또한 가톨릭교회가 윤리적 이유로 시험관아기(IVF)등 체외수정을 반대한다면 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믿고 1994년 한 가톨릭 수녀회의 도움으로 리버풀에 건강 센터를 열었다. 이어 미국의 토마스 힐저스 박사가 개발한 자연적 여성 불임 치료법인 '나프로테크날로지 (Napro Technology)'를 의료봉사팀에게 훈련시켰다. 'Napro'는 Natural Procreation (자연적 출산)을 줄인 말로 여성의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변화와 수술적 요법을 통해 부부관계를 통한 자연 임신을 돕는 방법이다.
 
 라이프에서는 이 방법으로 1999년 처음 아기를 탄생시켰고, 지난 해 7명을 포함, 그동안 총 83명의 아기가 탄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7쌍 중 한 쌍의 부부가 불임 또는 난임이라고 하고 정부에서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서 시험관아기 시술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는 이러한 불임치료법의 보급이 절실하다.
 
 현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가톨릭중앙의료원이 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함께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국처럼 평신도들의 자발적노력, 교회와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 특히 생명수호를 위한 미혼모 보호 및 상담시설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확대를 통해 임신한 미혼 여성들이 출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할 것이다.
 
 2005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35만 건의 낙태 중 미혼 낙태는 14만7000건에 이른다.
 
 임신한 미혼여성들이 낙태가 아닌 출산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과 대안이 필요하겠지만 특히 이들에 대한 상담 및 건강검진, 출산과 양육을 위한 시설 확대 등 더 적극적으로 교회와 정부 및 사회 단체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9. 07. 26    10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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