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한국 가톨릭교회 생명 운동의 미래

관리자 | 2009.09.10 11:22 | 조회 1529
 
 

"[생명의 문화] 한국 가톨릭교회 생명 운동의 미래"


생명운동, 효율성 더 높여야


▲ 맹광호 교수(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가톨릭교회 생명운동은, 인간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법이나 사회제도 그리고 문화가 오히려 이들을 위협하거나 그런 위협 행위들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을 때 이에 대해 교회가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하는 일을 말한다.
 
 이렇듯 법이나 사회제도 등에 의해 인간생명이 위협받기 시작한 것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간생명에 대한 위협이 이 시기에 나타난 인구증가와 도시화, 그리고 산업화 과정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 시기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의학 관련 기술은 출산억제를 위한 인공 피임이나 낙태의 성행을 초래했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각국 정부가 앞다퉈 추진하고 있는 생명과학분야 기술 개발 노력은 사회적 유용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초기 생명체나 약자들의 인권을 크게 훼손해 왔던 것이다.
 
 한국에서의 가톨릭교회 생명운동도 이런 사회 변화와 맥을 같이한다. 실제로 한국 가톨릭교회의 생명운동은 1961년 5ㆍ16 군사혁명 이후 수립된 제3공화국에서의 강력한 인구정책과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된 여러 가지 반생명적 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의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7년 7월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31 운동본부'가 펴낸 「생명에 관한 천주교회의 입장」 이라는 책자를 보면 1960년 이후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이름으로 발표한 생명관련 담화문이 100개가 넘는다. 그만큼 교회가 생명문제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는 증거다.
 
 이 중에는 환경문제나 사형 제도를 포함한 인권문제에 관한 교회 입장을 표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 사회 전반에 일상화 돼온 반생명적 인공 피임이나 낙태, 그리고 최근에 생명과학분야 연구와 기술 개발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배아 파괴행위 같은 '죽음의 문화'가 확대돼 가는 것에 대한 교회의 우려와 걱정을 표명한 것들이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와서 서울대교구가 '생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최근 정부까지 나서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를 부추기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그 대안적 연구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 생명운동의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생명의 존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분야 교육과 연구 학술활동 등을 시작한 것도 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교회의 관심과 노력이 실제로 우리 사회의 죽음의 문화를 개선하는데 얼마나 성과를 이뤄냈느냐 하는 점이다.
 
 강력한 성명을 통해 정부의 반생명적 인구정책이나 보건의료 정책, 그리고 역시 반생명적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교회의 우려와 반대의 뜻을 전하는 일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부의 이런 계획이나 정책을 저지하는 데 있어서는 거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이에 저항하도록 하는 데도 그 동안 교회의 노력은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더구나, 교회의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가톨릭신자들의 인식이나 태도 그리고 실천 양상이 비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 교회가 추진해 온 생명운동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앞으로는 좀 더 새로운 내용과 방법으로 이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말해 준다.
 
 다행히 2000년대에 들어와서 주교회의와 서울대교구에 생명관련 기구가 신설 또는 확대 개편됨으로써 교회 생명운동이 새로운 차원을 맞고 있다.
 
 이제부터는 이들 기구의 전문성과 조직의 체계화를 통해 교회 생명운동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 생명운동의 신학적, 사목적 배경을 좀 더 정확하게 신자들에게 교육하고 홍보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가령 교회에서 운영하는 초중고등학교부터 올바른 생명관을 위한 생명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 생명운동의 성격에 맞는 현장 활동들, 예컨대 자연적 출산조절방법이나 성교육의 보급, 그리고 불임부부와 미혼모들을 도와주는 시설 및 호스피스 활동 등을 지원함으로써 생명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신자나 일반인들을 직접 도와주는 활동으로 교회 생명운동이 새롭게 조직되고 추진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09. 07. 12     10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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