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10.“악!~ 탄산음료가 싫어요”

관리자 | 2009.08.07 11:09 | 조회 1473

[배아일기] 10.“악!~ 탄산음료가 싫어요”

흠~. 내가 생각해도 내 스스로가 장하다(뿌듯 뿌듯). 아빠의 씨앗이 엄마의 땅에 뿌려진지 7주. 키는 2㎝, 체중은 약 4g 정도가 됐다.

지금까지는 외모에 자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물론 아직은 머리가 몸 전체의 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머리와 몸통의 구별이 생겼다. 2등신이 된 것이다. 물론 8등신 미모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ㅋㅋㅋ, 팔 다리 형태도 구별되기 시작했다. 손가락 발가락이 생기고 아주 희미하긴 하지만 눈 코 귀 입 등도 커졌다. 적어도 물고기 같은 볼썽사나운 모습은 이제 사라졌다.

난 태어날 때부터 여자로 정해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다. 난소 혹은 고환으로 발달될 조직이 이제야 생겨났기 때문이다(줄기 세포들아 정말 고맙다). 그리고 요즘 나는 수영하는 재미로 산다. 지금까지는 방에 양수가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양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악~.’ 탄산음료다. 엄마가 입덧 때문인지 요즘 탄산음료를 즐겨 드신다. 그런데 난 탄산음료가 싫다. 나에게로 오는 칼슘을 막기 때문이다.

“엄마, 탄산음료 됐거든~.”

내가 얼마나 엄마를ㄹㄹㄹ 보고 싶어하는지 엄마는 아실까. 세상에 나가면 귀여운 짓 많이 해야지. 그래서 엄마에게 사랑 받아야지. 그리고 날 세상에 보내주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복하게 살거야.

우광호 기자 ( woo@catimes.kr )
 
[가톨릭신문]  200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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