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아일기] 9.“6주째, 뇌와 신경세포 80% 만들어져”

관리자 | 2009.08.07 11:07 | 조회 1466

[배아일기] 9.“6주째, 뇌와 신경세포 80% 만들어져”

 

내가 태어난지 6주째. 심심하고 무료한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줄기 세포들에게 말을 걸었다. 야~ 말 좀하자. 응?

그런데 이 녀석들, 정말 일벌레다. 내가 말을 걸어도 대답할 시간도 없다며 일에만 매달린다. 내가 감탄할 정도다. 땀 흘리는 줄기세포들 덕분에 내 몸 안에는 벌써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 80%가 만들어졌다.

앗! 실수.

뇌와 척수 신경세포가 만들어 졌다는 말을 하면 안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신경 세포를 사람들이 탐내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가진 신경세포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어린아이들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왜 유독 내가 가지고 있는 신경세포에만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 그렇게 많은 내 동료들이 그 이유 때문에 죽어갔는지….

나는 살인을 싫어한다. 하느님께서 애초에 나를 그렇게 만들어 주셨다.

난 새소리, 물소리 등 자연에서 들리는 소리를 좋아하고, 따뜻한 엄마 목소리를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도 있다. 엄마가 공포영화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 구급차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개 짖는 소리, 싸움 소리,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싫어한다. 이런 소리들을 들으면 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안해 진다. 난 평화를 좋아하도록 창조되었다.

우광호 기자 ( woo@catimes.kr )
 
[가톨릭신문]    200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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