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충북일보]생명의 존엄성

관리자 | 2010.07.19 11:30 | 조회 1692

생명의 존엄성

충북일보 , 2010-07-12

 

 
김훈일

 

▲ 김훈일 - 문의성당신부

 

인간은 수정란이라는 세포 하나로부터 만들어진다. 초기 태아는 체세포 분열을 하면서 심장과 손, 발을 만든다. 그리고 모체로부터 피를 공급받아 각종 장기를 만들어 간다. 후기에는 뇌가 생기고 뼈와 골격도 갖춘다. 태아가 사람의 모양새를 갖추면 자연스럽게 모체로부터 영양공급을 멈추고 몸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태아가 자기 뜻대로 분화하여 뼈와 살과 피를 만들지 않는다. 또한 어머니가 자신의 뜻대로 만들지도 않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단 하나의 세포가 각가지 장기를 만들어 부모를 닮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다. 참으로 오묘한 성장이다. 이 아기가 성장하면 윤리와 도덕과 지식을 배우고 명예도 갖고 권력도 갖고 돈도 갖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영혼을 찾고 우주를 탐구하며 생과 사의 경계를 넘겨보기도 할 것이다. 과학계에서 보자면 DNA의 배열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포이었고 고분자화합물에 지나지 않았던 생명이었는데 말이다.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 세상 누구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세포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인간은 생명 앞에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생명을 더욱 아름답게 보존하고 전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누구도 스스로 태어날 수 없고, 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생명을 지키려면 다른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생명 경시 풍조와 생태학적 위기 등이 만연되고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 3월 25일에 반포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반생명문화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개인과 민족들의 생명에 대한 위협들이, 특히 생명이 약하고 자기 방어능력이 없는 곳에서, 유례없이 증가하고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빈곤, 기아, 풍토병, 폭력과 전쟁 같은 종래의 재앙에 덧붙여 생명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소들이 위험스러울 만큼 방대한 규모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인간 생명에 대한 많은 범죄와 공격들을 강력하게 단죄합니다. 온갖 종류의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역하는 모든 행위와, 지체의 상해, 사형, 육체와 정신의 고문, 심리적 탄압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와 인간 이하의 생활 조건, 불법감금, 추방, 노예화, 매춘, 부녀자와 연소자의 인신매매, 또는 노동자들이 자유와 책임을 가진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단순한 수익의 도구로 취급되는 노동의 악조건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행위 등, 또 이와 비슷한 다른 모든 행위를 단죄합니다. 그것은 인간 문명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며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 불의를 자행하는 사람을 더럽히는 행위로서 창조주께 대한 극도의 모욕입니다."

 

우리 사회의 자본주가 성장할수록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약해지고 있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버린 사회는 윤리와 도덕의 근본이 무너지고 윤리와 도덕이 무너진 사회는 약육강식의 처참한 상황으로 내 몰리다가 스스로 무너지고 많다. 국가가 경제적 성장을 추구하고 개인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것은 우리 생명을 잘 지키고 평화롭게 하며 행복해 지려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을 위해서 재물이 필요한 것이지 재물을 위해서 생명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정부는 생명윤리법과 모자보건법의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못한 인간대상 연구 및 인체유래물에 관한 연구에 대한 법적 지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법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효용성을 증대시킬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할 것인지가 돼야 할 것이다. 특히 낙태가 사실상 전면 허용될 수 있는 모자보건법의 개정을 해서는 안 된다.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생명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기본적 가치이며 상위 가치이다. 생명이 실용의 이름으로 양보됐을 때 그에 따르는 해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 과학과 기술은 생명에 봉사하는 것이 돼야 한다. 생명윤리법은 과학과 기술이 생명에 봉사할 수 있도록 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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