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죽음으로 내몰린 무고한 인간배아 구할 길 찾아야 한다

관리자 | 2010.06.29 10:02 | 조회 1572

[생명의 문화] 죽음으로 내몰린 무고한 인간배아 구할 길 찾아야 한다 [1074호][2010.06.27]

▲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경제 논리에 무너지는 생명권

 

최근 초기인간생명에 관한 문제들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달 헌법재판소는 배아를 불임이나 질병 치료 연구에 이용하고 5년이 지나면 폐기할 수 있도록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조항은 인간생명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합헌 결정을 내렸다.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기 이전 배아나, 원시선이 형성되기 전의 초기 배아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한 것이며, 초기배아 단계에서는 인간으로 간주하지 않음을 밝힌 것이다. 다만 배아에 대한 배아생성자의 결정권만을 인정했다. 우리 모두 배아시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렀음을 생각할 때 잘못된 판결임에 틀림없다.

 

가톨릭교회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므로 모든 성장 과정에서 차별없이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한다. 인간은 난자가 수정되는 순간부터, 아버지 것도 어머니 것도 아닌,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되므로, 온전한 인격으로서 존중받고 대접받아야 하며 보호받아야 한다.

 

수정 순간부터 존중돼야

 

그러나 비가톨릭적 입장에서는 자궁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발생되는 시점, 뇌파가 발생되는 시점, 고통 감지 능력, 자궁외 생존능력, 인체 골격 형성 등 특정한 발달 단계를 기준으로 정해 인간 생명을 판단하는 다양한 입장이 있다. 심지어 시간의식이나 자아의식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기에 신생아도 인격을 갖춘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생명의 시초를 달리 보는 데는 종교적 믿음, 사회적 가치관, 경제적 요인 같은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단계별 구분은 임의적인 것일뿐 배아의 발달 과정은 질적으로 구별할 수 없는 연속적 과정이다. 그러한 과정 전체가 확정되는 시점은 수정 시점이며, 이 시점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생명권이 보호돼야 한다.

 

수정란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유전정보를 가진 인간생명체로서, 수정란으로부터 시작된 초기 배아는 연속적 성장을 통해 결국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수정란, 배아, 태아, 신생아 등은 성인이 돼가는 하나의 과정이며, 점진적 발생의 과정에서 각 단계는 다음 단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며, 다른 단계보다 더 중요하고 더 결정적이고 더 근본적이라고 할 만한 순간은 없다.

 

자궁에 착상시키면 인간으로 자라날 인간 배아를 인위적으로 체외에서 만들어 줄기세포를 채취하는 것은 난치병 치료 연구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또 다른 생명을 희생하고 도구화하는 비윤리적 행위이다. 그런데 경제논리나 공리주의적 타산이 앞서는 윤리학자들이나 과학자들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데 더 적합하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목청 높여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정책도 그들의 입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회는 생명권이 어떤 실정법의 권리보다 우선하는 자연법이라고 가르친다. 인간 생명은 존재론적 질서의 최상위에 있으므로 모든 가치질서 중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변하지 않는 보편타당한 자연법에 근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를 '세포군'이라고 정의해 사물화시키고 하나의 도구로 격하시키고 연구를 위해 희생시킨다.

 

체세포 복제배아연구 또한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체세포 복제배아를 인위적으로 생성해서 죽이는 과정을 전제한다. 즉 죽일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생명을 만들어내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방치해선 안돼

 

교회는 근본적으로 체외수정배아를 만들지 말도록 권고하며, 이미 생성돼 살아있는 배아는 자연적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하도록 권한다. 현 상황에서는 이미 생성된 잔여배아를 입양시켜 출산할 수 있을 때까지 냉동을 통해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생물학적 친모의 출산 가능성이 없고, 배아 입양의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기한의 냉동을 통한 과도한 기계적 개입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이 일종의 무의미한 연명이 아닌지도 검토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또 배아에 대한 결정을 부모에게 맡김으로써 배아의 생명권을 부모가 좌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조항도 비윤리적이다.

 

일부 생명공학자들의 주장대로 배아가 생명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다면,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입증될 때까지 배아를 보호하는 것이 옳다. 인간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살인을 감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배아가 인간인지 여부는 헌재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법은 인간 생명을 최대한 수호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하느님은 사랑이고 생명이심을 믿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오로지 생명의 존중과 보호이다. 우리는 무고한 초기인간생명들을 죽음의 위기에 방치하는 현실을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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