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우리의 교육 방향은 어디로

관리자 | 2010.06.29 10:00 | 조회 1480

 

 

▲ 신승환 교수(가톨릭대 철학과,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생명의 문화] 우리의 교육 방향은 어디로 

 

지난 5월 16일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주최로 가톨릭교육자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참 스승이신 예수님께 교육의 길을 묻다'는 이름으로 가톨릭 교육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조명하는 자리였다. 이를 구체화한 교육 주제는 '생명과 복음적 가치'였다. 이 주제는 가톨릭 교육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아니 가장 중요한 규범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사회의 현재를 돌아본다면, 아마 교육문제보다 더 위기에 처해 있고 또 파행을 거듭하는 분야도 찾기 힘들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 열정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다. 또한 그동안의 교육에 힘입어 우리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고, 민주화를 이룩했으며, 사람다운 사회를 만들어 왔음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이제 우리 교육은 이런 성과를 발판삼아 서구 근대의 원리와 그 체계를 수입하는 데 성공했던 지난 60여 년 간의 과정을 넘어 새롭게 도약해야 할 순간에 놓여 있다. 근대화 초기의 교육에 요구되었던 일관된 방향과 지향을 넘어서, 새로운 교육철학과 정신을 마련해야할 때가 된 것이다. 그것을 생명과 복음의 가치로 설정하고, 인간을 위한 교육, 인간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전 교회가 협력해야

 

이를 위해 교육의 현재를 돌아보고 교육의 의미와 내용을 성찰하는 작업은 참으로 시의적절한 일이다. 그에 따라 교육현장에서의 구체적 실천이 가능한 것이다. 더욱이 인간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고 입시교육과 공교육 파괴 현상은 물론, 고등교육이 파행에 이르고 있는 현실에서 복음적 가치와 생명존중을 새롭게 조명한 이 대회의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

 

이 대회의 주제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문」은,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공동선의 증진을 위해 기꺼이 노력하도록 교육 받아야"(1항)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 교육은 지속적으로 "즉각적인 쇄신과 적응"의 길을 걸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육 임무를 맡은 저 모든 이의 소명"은 참으로 "막중하고도 아름답다"(5항).

 

이런 공의회 정신에 근거하여 「가톨릭 대학교에 관한 교령」(Ex Corde Ecclesiae)이, 또한 2006년 주교회의에서 인준한 「한국가톨릭 학교 교육헌장」 선언이 가능했다. 여기서는 가톨릭 교육의 주제를 '생명존중교육, 평화와 정의 교육, 봉사교육, 문화적 대화 교육, 환경보전교육' 다섯 가지로 설정하고 있다. 가톨릭학교 교육을 위해 전 교회가 협력해야 하며, 가톨릭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그리스도교 정신으로 조명하며, 영적 성장에 필요한 학습과 활동을 통해 그리스도인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진석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지금의 안타까운 교육현장을 "교육자들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교육 현장에 임하고 계시는지"라는 반문을 통해 지적했다. 교육자는 아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마음을 지녀야 하며,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하면서 하나씩 손을 얹어 치유해'주심과 같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 수가 많은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톨릭 교육은 결코 그러한 사회의 논리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의 말씀처럼 지금의 가톨릭 교육은 지나치게 사회의 논리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초등학교부터 명문대를 향해 지옥같은 입시교육에 매달리는 현실에서 교육자인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 대학들은 학문과 교육의 본 뜻을 망각하고 자본의 논리에 흔들리면서, 사회와 똑같은 태도로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자들의 몫

 

한 일간 신문이 설정하는 지표에 좌지우지되면서 성장과 경쟁 논리, 평가 순위에 모든 것을 퍼붓는 대학들의 행태를 보면서, 교육과 학문이 죽어가는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다. 사설 입시학원의 대학배치표에 전전긍긍해야 하고, 맹목적인 과잉 자본주의 논리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가톨릭 교육은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가. 가톨릭계 학교에서만은 이런 논리에 맞서고, 생명과 복음의 가치를 지키는 교육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첫 대회 이래 10년 만에 다시 열렸으니 다음 대회는 2020년이다. 그 10년간 우리 교육은 과연 얼마나 이러한 가톨릭 정신과 복음적 가치를 충실하게 이룰 것인가? 가톨릭 교육은 결코 이러한 복음적 가치를 저버린 채 이뤄져서는 안된다. 우리 교육이 이러한 길로 나아갈지, 아니면 세속의 가치에 매달려, 그 안에서 성과를 내려는 유혹에 굴복하고 말지는 교육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이 대회의 선언처럼 우리 교육이 생명과 복음적 가치를 키워가는 인간 존중의 교육으로 이뤄지길 절실히 바랄 뿐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교육에 종사하는 당신과 나, 우리에게 달려 있다.

 

 

평화신문 [1073호][2010.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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