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의료 과오 분석과 예방책 필요

관리자 | 2011.08.22 10:38 | 조회 1227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의료 과오 분석과 예방책 필요

환자의 안전법 제정의 필요성: 의료사고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의 5배?


진교훈(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사람들은 대체로 병원을 안전한 곳으로 여긴다. 그러나 정작 의료인들은 병원을 안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병원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어린이와 환자에게는 위험한 곳이다.

 

특히 본인이나 그 가족이 병들게 되면 의료인들은 일반 환자보다 더 불안해 한다고 한다. 왜냐면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야기되는 의료과오로 말미암아 환자안전이 위협받는 곳이 병원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진, 수술 실수, 투약 오류, 병원 내 감염 등으로 많은 환자가 장애를 겪거나 사망하는 것을 그들은 수 없이 목도한다.

 

오늘날 의료진의 전문화와 의료장비의 고급화 등 의료 환경이 나아지고 있는데도 의료사고는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의료사고에 대한 통계가 없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은 물론이고 대학병원조차 의료사고에 대한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의료사고 통계는 의료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초자료로 매우 중요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통계조차 없어

지난해 12월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환자안전의 국내외 동향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미국의 연구논문에서 사용한 분석방법을 지난해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나온 건강보험 입원환자 수에 적용해서 우리나라에서 연간 대략 3만6000명이 의료사고로 죽는다는 추정을 발표했다. 이 수치는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가 약 7000명인 것과 비교하면 끔직스러울만큼 높다.

우리나라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려 자동차에 에어백을 설치하도록 하거나 신호체계를 변경하는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의료사고 사망자의 40% 이상을 예방할 수 있는 데도 병원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인권유린이다.


선진국들 사례 

선진국들은 1990년 후반부터 환자의 안전 현황조사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환자의 피해 규모와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사고는 투약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예컨대 신장에 영향을 주는 약은 그 용량을 정밀하게 조절해서 투약해야 하는데, 용량을 과도하게 투약하면 신부전증 등이 생겨 전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항응고제를 과다 투여하면 위장 출혈로 말미암아 환자가 위험하고, 진통제를 잘 못 쓰면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된다. 또 항생제 남용도 매우 심각하다. 심지어 환자 A에게 줄 약을 환자 B에게 주는 사고도 발생한다.

병원 내 감염(의원병)으로 폐렴, 패혈증, 요도감염, 대장염 등은 수술실, 검사실, 병실, 응급실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서울대 의대 김윤 교수는 최근 한 시사주간지에서 "의료 과오를 밝히지 않아서 같은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인, 정부관계자, 국회의원 등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나서기는 싫다고 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개탄했다.

미국국립보건원이 1999년 펴낸 보고서는 미국에서 연간 거의 10만 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죽어간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도 2002년 총회에서 환자안전 문제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임을 지적하고 환자안전 결의안을 채택하고 회원국에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2005년 미국은 환자안전에 관련된 법을 만들고 모든 병원으로 하여금 환자안전사고를 보고하도록 하고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 예컨대 처방전달 시스템(OCS)과 의약품처방조제지원 서비스(DUR)를 마련했고, 의료기관은 의료사고 전담부서를 두도록 했다. 또 병원은 연합심의위원회(JC)의 환자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실수 반복 예방 노력

서울대 의대 김석화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 자료에서 "미국처럼 보고하는 개인이나 의료기관을 무기명으로 해서 비밀을 보장해 주고, 의료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며, 의료 과오를 분석하고 예방책을 만들어 모든 병원에 알려서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환자안전 문제 해결에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우리는 환자안전을 위한 캠페인을 벌여야 할 것이며, 정부는 시급히 '환자안전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평화방송·평화신문 / 가톨릭 생명대학원 /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평화신문  2011. 02. 20    [1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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