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젠더(Gender)와 생명

관리자 | 2011.08.08 10:35 | 조회 1264

[생명의 문화] 젠더(Gender)와 생명

배미애 수녀(착한목자수녀회, 한국틴스타 대표)


인간은 남자이거나 여자이다. 인간은 왜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을까? 무슨 목적으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각각 창조하셨을까?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부터 생물학적 차이(Sex)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남자와 여자는 여러 면에서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일상에서 발견하며, 남자와 여자로서 성(Sexuality)을 지닌 존재로 살아간다. 이 성적 존재인 남성과 여성은 특별히 자기가 속한 사회가 부여한 사회적 성(Gender)의 차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로부터 획득한 성(Gender)은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父母)나 양육자로부터 성(Sex)에 적합한 옷이나 장난감, 머리 모양을 제공 받으면서 성(Gender)의 차이를 주입 받게 된다. 부모는 아들이 딸과는 다른 방식으로 놀고 반응하기를 기대한다. 물론 유전적으로 받게 되는 생물학적, 혹은 유전적 기질이나 특질 등도 한 사람의 남성성과 여성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Gender)은 자기가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동기, 가치, 행동을 모방하거나 습득하면서 형성된다.

 인간은 그가 속해서 살아가는 사회의 성 역할 기준이나, 성에 따른 표현적 역할을 요구 받으며 사회화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과 영향을 받게 된다. 길리간(Gilligan) 등 여러 학자들의 연구로부터, 남성은 보다 독립적이며 구체적인 데 비해, 여성은 상호 관계적이며 직관적이라는 원리를 제시 받는다. 연구 결과의 이러한 원리가 일반적으로 맞다면, 이 이론이 함축하고 있는 뜻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남성은 관계의 우위에 있을 때, 여성은 관계의 중심에 있을 때, 심리적으로 편안해 한다. 상호의존적이며 관계적인 여성은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느낌을 나누는 것만으로 문제 해결을 할 때가 많다. 여성이 목표중심적인 남성에게 자신의 문제나 고민을 털어 놓을 때, 많은 경우 남성은 난감해 한다. 그 이유가 그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라기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에 보이는 태도다.

 승부를 건 스포츠나 단순한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남성은, 일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기를 좋아하며 쇼핑을 즐기고, 장시간 전화로 통화하기를 좋아하는 여성, 그 전화 뒤에 "중요한 건 나중에 만나서 얘기하자"고 하는 여성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일이 해결 안 되면 시무룩해져 며칠이고 혼자 끙끙거리며 해결하려는 남성, 맘에 맞는 친구에게 털어놓으며 펑펑 우는 여성, 직선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남성,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는 여성은 과연 영원한 대치적 관계일까?

 우리는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서 사회 환경 안에서 여자와 남자로 자란다. 그리고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성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도대체 이 관계에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자아실현의 목표는 무엇일까? 아마도 한 인간으로, 남성과 여성으로,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며, 존중받고, 배려받으며, 관심과 사랑 안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랄 것이다. 서로 다름을 받아들이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은 인간의 총체적 성숙을 향한 하나의 과제다.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성(Gender)의 다름은 문제의 골을 더 깊게 만들고, 상처를 더 깊이 헤집으면서 서로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때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결코 선물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라. 만약 남성이 여성과 똑같다면, 만약 여성이 남성과 다른 점이 없다면, 서로에게 무엇을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무엇을 서로에게 선물로 내 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서로가 다르기에 다른 점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며,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 고민하면서 성숙해지는 것은 아닌가? 또한 서로 다르다는 것이 내게 없는 무엇인가를 이성에게서 보완적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부부들을 보라. 그 부부들이 살아 왔던 시간들, 용서했던 사연들, 받아들이고 희생했던 상황들이 없었다면 그들이 부모로서, 여성과 남성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숙할 수 있었을까?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영원한 신비이며 선물이다. 그 선물을 인간적인 눈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너머의 신비의 의미를 받아들이려 노력할 때, 그는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더욱 성장하게 된다.

 새해에는 남자와 여자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음을 기억하는 해, 서로 다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숙고하는 해,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다름을 받아들임으로 서로를 사랑하며 평화를 이루는 한 해가 되길 빌어 본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라는 차별 때문에 생명이 죽임을 당하지 않기를,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이라는 이유로 편견과 차별을 받지 않게 되길, 그리하여 참으로 모든 생명이 다름 안에서 서로에게 소중한 선물로 받아들여지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한다.

평화신문    2011. 01. 16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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