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인터넷 게임, 죽음의 문화, 생명의 문화

관리자 | 2011.08.08 10:33 | 조회 1350

[생명의 문화] 인터넷 게임, 죽음의 문화, 생명의 문화

홍석영 교수(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인터넷 게임 산업에 스며있는 죽음의 문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가능해진 새로운 전망과 더불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위협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중 우리가 시급히 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인터넷 게임 문제이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보통신(IT) 산업과 문화(CT) 산업의 적극적 육성을 추진했다.

 정보 통신 산업의 육성 결과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가구 보급률이 95%에 달해 인프라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강국이 됐다. 인터넷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깊이 들어와 여러 면에서 편리함을 주고 있다. 한편 인터넷 게임은 정보 통신 산업과 문화 산업이 결합된 것으로 평가돼 매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는 인터넷 게임의 폐해와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타인은 물론 자신의 생명까지 해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한 연구 기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게임 중독률은 8.5%로 중독자가 무려 191만여 명에 달한다. 특히 청소년 중독률은 12.8%로 어른의 두 배에 이른다. 또 다른 연구 기관의 연구 결과에서도 게임 중독 상태로 추정되는 초ㆍ중ㆍ고생이 전체의 7%인 51만 명으로 분석됐고 그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게임 중독이 늘고 있는 이유는 중독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낮은 데다 중독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홀로 집에 있는 청소년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청소년들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 중에는 폭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있다. 일례로 총, 칼 등 각종 흉기와 무기로 상대를 살해하는 게임은 그 자체로도 폭력적일 뿐만 아니라, 그래픽과 음향 효과를 통해 그 폭력성을 배가한다. 청소년은 아직 자기 통제력이 성숙되지 않았기에 이런 폭력적 게임을 오래하다 보면 현실 공간과 가상 공간을 구별하지 못하고 현실 공간에서도 폭력성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런데 청소년 게임 중독 문제는 청소년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러한 폭력적 게임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적 문제가 있다. 우리 정부는 2006년 '게임산업진흥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게임을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윤을 획득하는데 주된 관심이 있다. 물론 이 법에 '게임 과몰입 예방'에 대한 조항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인 법의 취지는 게임 산업 육성에 맞춰져 있다. 이에 비해 독일은 지난 2009년 '청소년보호법'을 개정해 컴퓨터 게임물의 등급 제한을 강화하고 유해물에 대해서는 판매 및 유통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인터넷 게임은 한번 중독되면 치료가 어려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의 게임 시간을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 시기에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공격성에 대한 통제력을 잃기 쉽다.

 청소년들이 방에서 혼자 사이버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가족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인터넷 게임 외에 다양한 여가와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인터넷 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게임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전문기관을 늘리고 이들 기관과 일선 학교를 연계하는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 시행돼야 한다.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도덕 교과 및 윤리 교과를 통한 정보 윤리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인터넷 게임, 인간의 총체적 발전에 봉사해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현대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근본적 문화의 위기로 효율성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쾌락주의를 지적한다. 효율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인터넷 게임을 산업의 관점에서 이윤 추구의 도구로만 보고 있으며, 쾌락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인터넷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한다. 인간 존엄성의 가치가 효율성, 유용성, 기능성, 쾌락 등으로 대체되는 죽음의 문화는 인터넷 게임에도 곳곳에 스며있다. 교회는 인터넷 게임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산업이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 형성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생명의 문화에 어긋나는 일부 인터넷 게임에 대해서는 선지자적 자세로 그 부당성을 지적해야 한다.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가 2002년 발표한 「인터넷 윤리」에서는 인터넷은 인간 공동체의 공동선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기준에서 볼 때 청소년들을 게임 중독과 폭력성으로 이끄는 일부 인터넷 게임은 그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과학과 기술이 항상 인간과 인간의 총체적 발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2011년 새해에는 인터넷 게임이 인간의 총체적 발전에 봉사하길 기원한다.
 

평화신문     2011. 01. 09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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