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자살예방교육의 중요성

관리자 | 2011.08.08 10:29 | 조회 1486

[생명의 문화] 자살예방교육의 중요성

우재명 신부(서강대 신학대원원 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얼마 전, 행복전도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겸 방송인인 최윤희(63)씨 자살 소식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믿으며 '행복론'을 펼친 그녀였기에 필자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해가 거듭될수록 우리사회에서 자살률은 계속적으로 늘어만 간다. 2009년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구 10만 명당 3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10만 명당 26명이었던 2008년의 자살률보다 무려 19.6%나 증가한 수치이다.

 또 OECD 표준으로 환산해보면, 2009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28.4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치 11.2명에 비해 두 배나 높은 수치다. 더욱 놀라운 것은 30대의 사망원인 1순위는 사고사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자살은 세계 사망원인 가운데 10~13위를 차지한다. 그에 반해, 한국 사회 3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문제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매년 계속 증가하는 데 있다.

 통계에 의하면, OECD 회원국 중 높은 자살률을 보이던 헝가리, 핀란드, 덴마크 등은 1980년 이후 자살률이 줄거나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한국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65살 이상의 노인 자살률은 10년 사이 세 배나 증가했다.

 자살은 행위 그 자체로 악이며 어느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자살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개인이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사회의 자살 증가는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및 가족해체, 노령화 등의 사회경제적 변화 속에서 소홀했던 인간 존엄과 가치, 그리고 정신건강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자살예방은 가능한가? 자살은 징후나 경고 혹은 사연 없이 갑자기 일어나는 행위는 아니다.

 필자가 오래 전에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배우 고 이은주씨가 출연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정신과 테스트 결과가 심각한 우울증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외적으로 너무 고와보였기 때문이었는지, 본인이 힘들다는 고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그녀가 자살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자살은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기보다는 점진적 과정의 결과이다. 따라서 힘들어 하는 이웃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는 자살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비엔나대학의 링켈 교수는, 자살은 타자에 대한 장시간에 걸친 공격성이 자신에게 전가된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예방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살은 처음에는 무능체험에서 시작해 점차 심화되면서 자아협소증에 빠지게 된다. 이때가 되면 모든 시야가 좁아지고 상황에 대한 주의집중과 파악이 불가능하게 되며 급기야 병적 상태로 악화돼 결국은 자신을 공격 대상으로 삼게 된다.

 중요한 것은,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전에 주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족, 친구, 동료 그리고 교회의 몫이다. 함께 있어 주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인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살예방을 위해 사회적 차원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이미 아는 존재가 아니라 알아가는 존재다. 특히 생명가치는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생명가치와 고통의 영성적 의미에 대한 교육은 자살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인간의 생명은 운명적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을 통해 주어진 것이며, 인간은 이 생명을 통해 하느님과 끊임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격적 존재인 인간은 신앙적으로는 하느님과 관계를 맺으며, 사회적으로는 가족, 이웃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따라서 개인의 고통은 사회, 가족, 이웃의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고통을 가족,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을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옹기장이는 '가장 적합한' 흙을 사용해 옹기를 빚어낸다. 옹기장이이신 하느님께서는 가장 적합하고 좋은 흙으로 나를 빚으셨다. 그래서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하느님의 귀한 존재이다.

평화신문   2010. 12. 25   [10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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