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약물의 오남용과 약물집착의 문제

관리자 | 2011.07.21 10:09 | 조회 1440

[생명의 문화] 약물의 오남용과 약물집착의 문제

진교훈(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학술위원, 서울대 명예교수)


파라셀수스(1493~1541)가 "모든 약은 독이다. 다만 용량이 문제일 뿐이다"고 말한 것처럼, 약은 사람을 살리는 작용도 하지만, 때로는 그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사람을 해치고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약이 목적했던 작용 이외의 작용을 나타낼 때 이를 약물 부작용이라고 한다. 모든 약은 한 가지 효과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은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다고 하겠다. 다만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보다는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훨씬 클 때만 약물을 부득이 사용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을 유난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집집마다 약장이나 약상자에, 또는 문갑서랍에 심지어는 선반에 약을 가득 뒤섞어 놓고, 밥 먹듯이 수시로 먹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경우는 전체 환자 중에서 절반이 채 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사람들은 무책임한 약장사들의 과장된 광고에 현혹되거나 TV, 잡지, 전단지 또는 친지들을 통해 얻은 그릇된 정보들을 근거로 속단하고 약의 선택과 용량을 함부로 조절함으로써 부작용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오늘날 약물과용과 남용은 반생명적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특정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사람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됐다. 우리는 반생명적 약물의존과 약물과용, 약물집착의 문제점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약물남용은 어떤 사람이 어떤 약물을 계속해서 약물의 원래 의도된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 개인이 약물사용을 통제 할 수 없을 때, 예컨대 그 사람이 특정 약물의 획득이나 사용욕구에 의해 지배받을 때를 말한다. 약물남용은 흔히 '향정신성 약물'의 비의학적 사용을 말하기도 한다.
 즉 치료나 예방을 위한 의학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신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이고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집착을 말한다.

 예컨대 마약 종류인 향정신성 약물뿐 아니라 소화제, 진통제 등 어떤 약물을 계속해서 약물의 원래 의도된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또는 그 개인이 약물 사용에 대해서 통제 할 수 없을 때, 예를 들면 그 사람이 특정 약물의 획득이나 사용욕구에 의해 지배받는 경우이다.
 약물오용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비윤리적으로 환자에게 약물과용을 부추기는 병원이고, 다른 하나는 병적으로 약물에 집착하는 개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약 품목을 지나치게 많이 원외 처방하는 병ㆍ의원에 대해 중점 조사를 한 바 있다. 이 평가원이 지난해 하반기 종합병원 이상의 건강보험 약제 다품목 처방실태를 분석한 결과, 환자 한 명에게 11품목 이상을 처방한 것이 월 평균 2만3000건, 15품목 이상 처방은 1600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내과 진료분야의 다품목 처방건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해 먹는 약의 과용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래서 이 평가원은 타 의료기관에 비해 다품목 처방건이 많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동일효능군(성분)의 중복투여 △품목 간 약물상호작용문제 △약제용량 과다 여부 등을 요양기관별로 분석하고 관련자료 확인에 나설 방침이라고 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의원급은 통상 환자 한 명에 4.16품목의 약을 처방한다. 미국 1.97품목, 독일 1.98품목, 호주 2.16품목에 비해 크게 높은 편이다. 평균 3품목을 처방하는 일본에 비해서도 높다.
 정부는 병의원이 과잉처방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러한 약물과다 처방은 의사들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가? 이를 기꺼이 수용하는 환자들의 약물의존성에도 문제점이 있다.

 두통약, 소화제, 변비ㆍ설사 치료제, 수면제 등은 장기 복용할 경우 약물에 의존적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발열, 콧물, 기침 등 단순한 감기는 약의 복용 유무가 치유 기간에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서 독일어권에서는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약 처방을 하지 않고 물을 충분히 마시고 보온과 습도에 유의하면서 며칠만 푹 쉬면 낫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환자의 조급증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증상 완화를 위해 해열진통소염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심지어 아기에게까지 항생제 등을 처방한다.

 분명히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감염증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적절한 용량과 복용 기간 준수가 원인균의 사멸은 물론이고 내성균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된다.
 그러나 항생제가 과용되면서부터 병원균들이 약제에 내성을 가지면서 항생제가 무력해졌고, 최근에는 여러 가지 항생제에 대한 복합내성을 획득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까지 출현했다. 이 슈퍼박테리아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것은 약물의 오남용에 대한 경고이다. 생명을 보전하기위해 우리는 약물의 오남용을 예방하는 교육에 힘써야 할 것이다.

 

평화신문  2010. 12. 12   [10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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