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모든 인간 생명을 위한 대림절의 기도

관리자 | 2011.07.21 10:07 | 조회 1350

[생명의 문화] 모든 인간 생명을 위한 대림절의 기도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대 교수)


12월 첫째 주일인 오늘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설립 5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며 동시에 모든 본당이 생명수호에 동참하며 기도하도록 서울대교구가 정한 제3회 '생명수호주일'이다. 특히 대림절을 시작하는 지난주에는 전 세계가 함께 '태어나는 모든 인간 생명을 위한 밤기도'를 드리자고 하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 요청에 따라 한국 모든 교구와 본당이 대림1주일 토요 특전미사를 '생명을 위한 미사와 기도'로 봉헌했다.

 교회가 이처럼 생명을 위한 기도와 운동을 계속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생명가치에 대한 위협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이후 과학기술주의,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 쾌락주의가 세상에 깊은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존엄한 가치로 여겼던 인간 생명도 상대화돼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하게 됐다. 효율성, 개인의 이기심, 편리함, 선택권을 앞세우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하느님 모상으로서 인간 존엄성에 바탕을 둔 생명 가치는 단순한 물질 정도의 수준으로 떨어져버렸고, 태아와 말기환자들과 같은 보잘 것 없고 약한 생명은 강자에 의해 통제와 조작의 대상이 돼 버렸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생명의 복음」 회칙에서 인간 생명이 "하느님의 빛나는 선물로, 자신의 책임에 맡겨진, 따라서 사랑으로 보살피고 '존중'해야 할 '신성한' 어떤 것"으로 여기는 대신 단순한 사물로 전락되었기에, "이제 인간은 탄생과 죽음의 순간에, 생명에 관하여 자기 실존의 참된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능력을 잃었다"고 우려하고 있다(22항).

 대림절은 가치관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들을 생명의 신비를 통해 다시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초대한다.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을 사람으로 탄생하도록 섭리하심으로써 인간 생명에 참된 가치와 존엄을 부어주셨고,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인간은 이 세상에 속한 존재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불린 초월적 존재임을 일깨워 주셨기 때문이다. 언젠가 사라져 버릴 이 세상의 물질, 쾌락, 명예에 집착하며 자신과 이웃의 생명마저 자신의 욕망의 도구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결국 초월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교회는 깨어있음, 회개, 메시아에 대한 기다림, 생명의 신비를 통해 다시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라고 촉구한다.

 특히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시기에 신자들은 세상 모든 생명을 위해 기도하고 판공성사를 통해, 선물로 받은 생명을 잘 보호하고 성장시키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 성찰하면 좋겠다. 하느님 선물로서 책임있게 보살펴야 할 자신과 타인의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그 생명을 훼손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낙태, 안락사, 배아연구 등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명을 훼손하는 죄만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일, 흡연과 지나친 음주, 약물 중독, 최근 가족의 생명까지도 빼앗을 정도로 심각하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게임(도박) 중독까지 여기에 해당된다. 약한 생명에 대한 불의와 위협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도 성찰해야 할 죄이다. 그것은 '이웃 사랑'의 결여이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생명을 위한 위대한 기도'가 절실하며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기도와 단식이 악의 세력과 대항하는 첫 번째이며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하셨다. 기도와 단식은 '겸손과 용기'를 요구하는데, 이를 통해 "고도의 의지력에서 나오는 힘으로 거짓과 기만의 벽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100항). 교황님 제안처럼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에 대해 보속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에 생명을 위협하는 모자보건법, 생명윤리법, 사형제도와 같은 잘못된 법과 이웃 생명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의 근저에 깔려있는 거짓과 기만의 벽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대림시기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형편에 따라 단식, 또는 희생을 봉헌하면 어떨까?

 또 대림절의 다른 주인공으로서 아기 예수를 낳으신 나자렛의 '마리아'를 기억해야 한다. 이 분은 악의 세력으로부터 아기 예수의 생명을 지켜내셨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아기 예수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모든 힘없는 아기의 형상"이라고 지적하시며, 성모님께서 악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고 낳아 주셨듯이, 교회도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며 "죽음의 세력과 싸우며 생명을 위한 백성의 희망이 되라"고 촉구하신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성모님께 기도하신다.

 "…굽어보소서, 성모님,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수많은 아기들을 굽어보소서. 힘든 삶을 살아가는 불쌍한 이들을 굽어보소서. 무지한 폭력의 제물이 되고 있는 남녀들을 굽어보소서. 무관심이나 그릇된 자비로 죽어가고 있는 노인과 병자들을 굽어보소서. 당신 아드님을 믿는 모든 사람이 정직과 사랑으로 이 시대 사람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게 해 주소서…"(104-105항). 대림절의 신비를 묵상하며 생명을 위한 이 기도에 우리도 동참하면 좋겠다.

 

평화신문   2010. 12. 05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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