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자살은 없다!

관리자 | 2010.11.08 14:49 | 조회 1468

[생명의 문화] 자살은 없다!

평화신문  [1090호][2010.10.31]

 

 

맹 광 호(가톨릭의대 명예교수, 서울대교구생명위원회 위원)


'행복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사람들에게 행복에 대해 수 없이 많은 말을 하며 살던 방송인이 자살을 했다. 매일 30명 정도가 자살을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의 자살도 또 하나의 사고사에 지나지 않는 일이지만 그가 유명인이었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행복을 말했던 사람이라는 면에서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아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2009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5400명이라고 한다. 이는 자살률이 낮다고 알려진 그리스나 멕시코 등에 비해 거의 열 배가 되는 수준이니 그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자살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보는 것은 젊은이들과 노인층에서의 자살률이 특히 높다는 점이다.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자살은 자동차 사고 다음으로 높고 20대와 30대의 경우는 자살이 모든 사망원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노인자살률 또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전체 인구 자살률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젊은 연령층과 노인층의 자살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국가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어떤 이유로건 지금 삶에 대한 의욕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편안한 노후를 즐겨야 할 노인층의 높은 자살률은 그 만큼 이들의 건강문제와 경제적 빈곤, 그리고 외로움이 심각하다는 사실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가히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 양상이 서양 사람들과 다르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 삶에 관한 철학적 회의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가족이나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과 가난, 질병 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외국의 경우 자살이 많지도 않지만 더 줄이기도 어려운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만큼 자살이 많을 뿐 아니라 그 대부분이 우리 모두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경우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사회의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도 2004년 이후 자살예방 5개년 계획까지 세워 자살 증가를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자살이 줄기는커녕 계속 증가만 하고 있다. 민간단체와 종교계, 의료계, 언론계 등이 참여하는 대책협의회까지 만들어 자살예방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으며, 전국 주요 도시와 지방자치단체에 정신보건센터를 설립하고 특히 자살의 주요 원인질환인 우울증 예방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나마도 전문 인력과 예산부족 등으로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인간생명을 하느님의 선물로 인식하고 이를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이는 가톨릭교회가 이처럼 늘어만 가는 자살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교회는 성경을 통해서나 많은 교회 가르침을 통해 자살문제를 중요한 생명문제로 다뤄 왔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안락사에 관한 선언」은 "고의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의도하거나 실제로 자살하는 것은 살인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일이다. 더 나아가서 자살은 또한 자기 사랑의 거부이고 생존본능의 부정이며, 이웃과 여러 공동체 또는 전 사회에 대한 정의와 사랑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주로 인간생명의 존엄성 차원에서 자살 행위를 단죄해 왔을 뿐 자살예방에 대한 실천적 활동을 충분히 해 왔다고는 할 수 없다.

 다행히 올해부터 정부 위촉을 받은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가 '청소년 자살예방 센터'를 설치하고 전화(1599-3079) 및 사이버 위기상담을 하는 한편, 청소년생명학교 운영을 통해 또래 상담인력을 양성하는 등 청소년 자살예방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는 있지만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살예방은 인간생명 수호와 이웃사랑의 실천이라는 가톨릭교회의 핵심 사명을 실천하는 일이다. 지금은, 참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우리 가톨릭교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심각한 고민과 함께 좀 더 실천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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