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법적 상황

관리자 | 2010.11.08 14:44 | 조회 1484

[생명의 문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법적 상황

   평화신문[1086호][2010.10.03]

 

김명수 신부(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배아는 인간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얼마 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지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한국은 배아가 과학의 도구가 되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해 배아를 죽이고 있지만 미국 법은 배아를 보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줄기세포 연구가 알려진 것은 황우석 박사 사태 때문이다. 다른 나라 언론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언론들은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를 잘 구분하지 않는다. 국민들도 그 차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의 첫 단계인 배아를 죽여야 얻어지는 것이고,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인간 생명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얻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배아가 무엇이냐에 따라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판단이 달라진다. 만약 배아가 인간이라면 당연히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비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5월의 헌법재판소 판결문은 배아의 주체성에 대한 사회적, 과학적 합의가 없기에 그에 대한 기본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은 배아가 엄마나 아빠와 다른 개체적인 DNA를 소유하고 있다고 증명한다. 사회적으로 볼 때도 그렇다. 그 어떤 부모도 자신들의 사랑을 통해 이뤄진 첫 단계인 배아를 과학의 도구로 희생해도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배아의 인격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하자.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것이기에 확신이 설 때까지는 배아가 사람일 수 있다면 일단은 보호해야 한다. 미국 법원 판결문의 취지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격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나치정권 중에 많은 독일 국민들은 유대인들 인격에 대해 의심을 가졌고 용기있게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600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어갔다. 물론 나치정권은 여러 가지 과학적 이론으로 그들 주장을 뒷받침했다.

 

 배아에 대한 인식은 현재 과학적, 사회적으로 확정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배아가 인간일 수도 있기에 미국 법원 판결이 한국 법원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론적 상황이 이렇다면 줄기세포들에 대한 실태도 살펴봐야 하겠다. 성체줄기세포 연구는 실제 임상실험에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날로 발전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성과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면 그것은 지금까지 모두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결과들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많은 기대와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어떤 실질적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실이 이렇기에 초창기에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몰리던 민간 단체 지원이 몇 년 전부터 성체줄기세포 연구로 돌아가고 있다. 많은 단체들이 약속만 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자들은 정부 지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정부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것일까. 바로 경제적 이익을 얻기위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황우석 박사를 적극 지원한 이유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치열한 국제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부시 대통령 시절에 좀 느슨했던 이 경쟁이 오바마 후보 당선 후 다시 불붙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의 판결문 뒤에는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 면이 없지 않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버려지는 프로젝트를 한국의 차병원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경제적인 면과 윤리적인 면에서 모두 다 실패했다고 본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실질적 가능성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지식들이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도움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 발전이 인간 생명을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바로 이 때문에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 없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짧은 시간 내에 불치병 환자들을 고쳐줄 것처럼 장밋빛 희망을 말하는 사람들은 더 비 윤리적이라고 본다.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상당한 발전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학자들 견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더욱이 아직까지 그 어떤 보장도 할 수 없다. 그저 막연한 바람만 있을 뿐이다. 인간 생명을 희생시켜가면서 의학이 발달해야 하는지, 또 그런 경제 성장이 바람직한 것인지 신중히 생각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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