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시험관 아기 시술의 비윤리성

관리자 | 2010.11.08 14:43 | 조회 2191

[생명의 문화]시험관 아기 시술의 비윤리성

평화신문 [1088호][2010.10.17]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대 교수)

 

 

 

4일, 2010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체외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기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킨 영국 캠브리지대 번홀 클리닉 로버트 에드워드 박사가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국내 언론들은 그의 노벨상 수상을 두고 "전 세계 불임부부들에게 임신이라는 커다란 희망을 선사한 학자"라고 칭송 일색이다. 교황청이 에드워드 박사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한 것을 보도한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인 일에 대해 지적하는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가톨릭교회는 왜 시험관 아기를 비롯한 인공수정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하는가?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이미 1987년 2월 22일 「생명의 선물: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이라는 문헌을 발표, 인간 출산에 개입하고 조작하는 기술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있다.

 

 교회는, 인간 생명의 시작은 하느님 창조 사업에 대한 부부의 협력이 요구되며 이는 부부의 "특별하고도 독점적 행위"인 부부관계 안에서 구체화돼야만 하느님이 정하신 법칙과 인간의 존엄한 품위에 맞는다고 가르친다. 따라서 인간 생명의 기원과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단지 생물학자나 의사의 과학적 확신과 기술에 의존해 이뤄져서는 안 되며 인간 존엄성에 합당한 "사랑과 생명의 기본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험관 아기 시술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러한 근본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첫째, 인공수정은 부부의 성적 결합 행위와 출산 행위를 분리시킴으로써 출산은 "부부가 온전하고 완전히 자기를 증여하여 생긴 자연스런 열매라기보다는 기술 행위의 산물"이 되고 (「의료인헌장」 24), 여기서 난자와 정자를 채취하는 과정이나 실험실에서 의료인이나 기술자에 의해 수정되는 과정은 마치 인간 생명을 실험재료로 물질처럼 다룸으로써 인간 존엄성과 품위를 크게 해치게 된다. 즉 인공수정 과정에서 인간 생명은 하느님의 신성한 선물이 아니라, 통제와 조작이 가능한 단순한 '사물'로 전락된다는 것이다.

 

 둘째, 체외수정에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꺼번에 많은 배아들이 만들어지는데 그 중 일부만이 선택돼 착상될 뿐 나머지 배아들, 즉 '잔여배아' 혹은 '잉여배아'라고 부르는 배아들은 시술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냉동 보관되다가 일부는 폐기되고 일부는 배아 연구를 위한 실험실 재료로 사용된다.

 더구나 배아를 자궁에 착상할 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아를 동시에 착상시키는데, 다수가 착상에 성공할 경우 보통 쌍둥이나 선별된 하나만 남겨놓고 나머지 태아는 다시 선별적으로 낙태를 당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희생되는 배아들은 모두 인간 생명이며, 자기 부모의 유전자를 지닌 시험관 아기 시술을 원한 부부의 자식들이다. 이처럼 하나의 자식을 얻기 위해 다른 자식들을 비인간적으로 희생시키는 시험관 아기 시술은 참으로 비인간적이고 비도덕적이다. 많은 이가 인공수정이 불임부부를 돕는다고 생각할 뿐 이렇게 수많은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험관 아기는 또 부모 사랑의 결합으로 어머니 자궁에서 수정되고 안전하게 자랄 아이의 권리와 인간적 품위도 훼손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부부 사이의 인공수정이 아니라 비 배우자의 난자나 정자를 기증받아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더 큰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는 혼인에서의 부부 신의를 해치는 일이며, 자신의 정체성과 부모와의 관계에서 혼란을 느낄 아이들의 권리도 침해하는 일이다. 더 나아가 시험관 아기 시술은 대리모, 배아복제 연구 등 생명윤리 논란을 가져온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는 단초가 됐다.

 

 물론 가톨릭교회가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불임부부의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싶다는 열망이 반드시 아이를 갖게 하는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며, 비인간적이고 부도덕한 방법으로 아이를 갖는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아이는 내가 원할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또 교회는 부부의 결합을 통한 임신을 도와주는 의학적 기술 발전을 적극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ㆍ영국ㆍ호주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톨릭교회가 앞장서서 '나프로테크날로지'라고 부르는 불임부부를 위한 의학적 요법 등을 개발해 불임부부의 출산을 돕고 있다. 그리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경우 부부는 버려진 아이들을 입양하거나 타인에게 필요한 봉사를 함으로써 그들의 헌신을 드러내도록 권고하고 있다(「생명의 선물」 2, 8, 「가정공동체」 14, 「의료인헌장」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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