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신약개발과 동물실험

관리자 | 2010.09.02 10:12 | 조회 1766

[생명의 문화]신약개발과 동물실험

구인회 교수(가톨릭대 생명대학원)

 

오늘날 대부분의 의약품연구에서 동물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에 신약의 유독성 여부를 검사하도록 법적으로도 규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약품은 동물에 대한 실험 결과로 개발돼 효능과 안정성을 검증받은 후 인간에게 투여한다. 새로운 수술방법이나 의료기 역시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에는 사람에게 사용할 수 없으므로, 우선 동물에게 사용해 기관의 손상작용 여부를 가리는 실험 후 사람에게 적용한다.

 

 이와 같은 동물실험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적당한 대체방법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동물실험의 대체 수단으로 조직배양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방법으로는 전 신체기관으로의 작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다. 동물실험이 금지되면, 의학 발전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으며, 의약품 개발 등 의학적 혁신을 통한 수많은 인간생명의 구원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인위적으로 병들게 하고, 불구가 되게 만들거나 해를 끼치는 동물실험은 관찰자를 분노하게 만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두려움을 유발시켜서는 안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동물실험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인간의 고통을 감소시킬 수 없으며 동물실험의 성과와 분명한 연관이 있음이 증명될 수 있다면, 동물실험은 도덕적으로 허용된다. 그러한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는 미용품의 무해성을 입증하기 위한 실험의 경우에는 도덕적 정당화는 가능하지 않다.

 

 인간과 동물은 다른 욕구와 소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동물은 본성상 인간과 다르므로 권리문제에 있어 인간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는 없다는 주장은 옳다. 동물은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책임 있는 인격체가 아니라는 사실로부터 동물을 단순한 물건으로 다뤄도 된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않는다.

 

 동물은 인격체도 아니며 사물도 아니며, 동물일 뿐이다. 동물은 감각을 지니고, 배고픔과 갈증을 느끼며, 추위에 떨고, 땀 흘리고, 지치고, 스트레스로 고통받을 수 있으며 혹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생명체이다.

 곤궁한 대상을 도와야 한다는 보편적 의무에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에 대해서보다 동종인 인간에 대해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도우라는 계명은 가까운 사람을 돕기 위해 가깝지 않은 상관없는 대상을 해쳐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동물의 보호는 동물이 인간과 동일하다거나 인간과 같은 이성과 분별력을 지닌다는 데 기초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동물도 인간처럼 아픔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면, 우리는 당연히 동물의 그러한 점을 배려해야 한다. 동물도 두려움, 고통, 절망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영장류, 돌고래 등은 상당히 영리할 뿐 아니라 자의식과 미래의식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원인류는 씨족의 구성원이 죽으면 몹시 애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해 동물보호라는 차원에서, 동물실험이 없이는 새로운 화학약품과 의료기에 관련된 위험 평가가 불가능한 경우, 동물실험을 통해 미리 검사하지 않는다면 인간생명이 위험에 봉착할 수 있는 경우에서만 동물실험은 실시돼야 한다.

 

 동물실험에는 다음과 같은 제약들이 따라야 한다. 첫째, 살아 있는 동물의 실험은 중대한 연구목적과 수업목적에만 실시돼야 하며, 반드시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생사 문제가 아닌 단순한 인간의 사치욕이나 지식욕이 동물에게 극악 상태의 고통을 초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결과에 중대한 지장 없이 하등동물을 이용하는 실험이 가능하다면, 고등동물 대신 하등동물로 실험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실험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마취제를 이용해 동물의 공포와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

 넷째, 동물실험은 가능한 한 기피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실험동물의 숫자를 최소화해야 하며 동물의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허락한 것은 자연을 훼손하고 동물을 착취하는 일이 아니라, 관리자로 잘 보호하고 가꾸며, 인간에게 이롭도록 필요한 경우 이용하라는 것이다. 피치 못할 동물실험은 인도적 방법에 한정돼야 한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인정하되 불필요한 사치성 상품을 위한 동물 실험은 금지해야 한다.

 

 

평화신문 2010. 08. 29발행 [10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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