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의 문화]생명교육, 가톨릭 학교들이 앞장서야

관리자 | 2010.06.09 17:08 | 조회 1431

[생명의 문화]생명교육, 가톨릭 학교들이 앞장서야

 

'생명 복음' 선포의 우리 소명

 

▲ 맹광호(가톨릭대 예방의학과 명예교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

 

 

인간생명이, 사상과 종교 그리고 이념을 초월해서 인류가 함께 추구해 왔으며 또 앞으로도 끊임없이 추구해 갈 가장 보편적 가치라는 사실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만큼 생명은 모든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가치다. 예수님께서도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사람의 목숨을 무엇과 바꾸겠느냐?"(마태 16,26)하고 말씀하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인간생명이 지금 전 세계 여기저기서 도전을 받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이미 1965년에 반포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사목헌장」에서 현대세계가 온갖 종류의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그리고 고의적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역하는 행위는 물론, 지체의 상해, 육체와 정신의 고문, 심리적 탄압과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일들과 연약한 부녀자와 가난한 노동자들이 악조건 속에서 혹사당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이 같은 현상은 결국 인간 문명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며 창조주께 대한 극도의 모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가톨릭 학교들이 나서야

 

교회는 인간생명에 대한 이런 모든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힘쓰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5년에 반포한 회칙 「생명의 복음」에서 교회의 이런 선포가 매우 절박한 상황임을 다시 확인하고. '생명의 문화'와 '죽음의 문화'가 극적 싸움을 벌이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상황에서는 생명의 참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예리한 비판적 감각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과 이 일에 있어서 특히 교육활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두 말할 나위도 없이, 교육활동이 양심의 형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을 더욱더 인간성이 풍부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며, 그들을 더욱 충만한 진리로 이끌어 그들 안에 생명에 대한 존중심이 자라나게 해 주기 때문이다(「생명의 복음」 97항).

 

생명교육은 무엇보다 인간생명이 그 출발 단계에서부터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해, 그리고 이런 인간생명이 남녀 간의 합법적인 사랑의 결실임을 확신하도록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성과 사랑과 삶 전체를 그 참된 의미와 밀접한 상호 연관성 안에서 받아들이고 체험하도록 돕지 않는다면, 인간 생명이 존중되는 참된 문화가 건설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인격 전체를 풍요롭게 해주는 성이야 말로 "사랑 안에서 자신을 내어주도록 이끌어줌으로써 그 심오한 의미를 드러내는 일"(「가정공동체」 37항)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성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교육해야 하며, 그 교육 안에 반드시 정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물론 생명교육이 가톨릭계 학교들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생명교육은 모든 종류의 교육기관에서 가장 기본적인 교육 내용이어야 하며, 특히 이런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톨릭계 학교들에서는 더더욱 철저하게 생명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 각급 학교에서의 생명교육 내지는 생명윤리교육 실태에 관한 조사 연구들을 보면 그 실상이 정말 빈약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초등학교나 중ㆍ고등학교에서는 몇몇 과학과목이나 체육과목 등에서 산발적으로라도 생명에 관한 교육이 조금씩 포함이 되고 있지만 대학의 경우 일부 생명관련 인문학이나 생명과학분야 학과들을 제외하고는 생명에 관한 교육이 별로 없는 실정이며 더구나 생명의 실체와 그 존엄성에 관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생명교육 실천 기대

 

이 같은 현실은 가톨릭계 학교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월 16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한국가톨릭교육자대회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전국 가톨릭계 유치원에서부터 초ㆍ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 교육관계자 4000여 명이 모여 '교육의 길을 묻다. 참 스승이신 예수님께'라는 주제로 하루 종일 진행한 이번 대회에서는 가톨릭교육의 목적과 사명 등을 담은 한국가톨릭 교육헌장 선포식과 '교육, 생명, 복음적 가치'를 주제로 한 각 학교별 학술 심포지엄 등이 있었는데, 이 대회를 통해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의 가톨릭학교 교육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포함한 가톨릭 학교들이 지향해야 하는 진정한 가치들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특히 대학부 학술 심포지엄에서는 장차 우리나라 가톨릭 대학들이 어떻게 효과적인 생명교육을 실시해야 할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토론이 있었다. 이번 가톨릭교육자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각 급 가톨릭 학교들에서 좀 더 적극적인 생명교육이 계획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해 본다.

 

 

평화신문 [1072호][201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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